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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풍미한 말말말] 얼짱·몸짱·딸녀…누드 신드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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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외환위기 때 못지않다는 경제 침체로 명예퇴직 바람이 불면서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면 도둑놈), '사오정'(45세가 정년), '삼팔선'(38세엔 명퇴 여부를 선택하라),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등의 자조적인 유행어가 돌았다.

청년 실업이 급증하면서 '취업고시'라는 말도 등장했고, 대학생 환경미화원 시대도 본격화했다. 노동자.서민의 분신과 자살이 잇따르자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제발 죽지 말고 살아서 투쟁합시다"라고 외쳤다.

인터넷의 바다는 신세대 아이콘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디카'(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로 사진 한장에 '얼짱'(얼굴이 짱인 스타)으로 뜨는 청소년들이 속속 등장하는가 하면, 젊은 여성이 딸기를 양손에 든 사진은 '딸녀 신드롬'을 낳았다. '털털&섹시'코드로 무장한 가수 이효리의 '효리 신드롬'과 유명 여자 연예인들의 잇따른 누드집 발간에 따른 '누드 신드롬'도 2003년 주요 신드롬 중 하나였다. 얼짱이 유행하면서 몸매가 좋다는 뜻으로 '몸짱'이란 말도 부상했다.

스포츠 분야에선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의 56호 홈런 아시아 신기록이 압권이었다. 55호 신기록 보유자였던 오 사다하루(왕정치)는 李선수의 기록 달성 직전 친필 사인과 함께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는 조언을 현해탄 건너에서 보내오기도 했다. 최희섭.김병현.서재응.박찬호 등 미국 메이저리거들의 부침도 관심사였다.

특히 김병현은 손가락 파문과 사진기자 폭행 혐의 등으로 고초를 겪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는 한국 낭자들의 독무대였다. 박세리는 "이젠 2인자는 지겹다"며 '타도 소렌스탐'을 외쳤다. '여자 타이거 우즈'라는 미셸 위(위성미)와 LPGA 깜짝 우승으로 일약 신데렐라로 떠오른 안시현 등도 팬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영화.TV 등 연예계에선 사극 바람이 거셌다. 퓨전 사극을 표방한 영화 '스캔들'과 "거시기~"라는 단어를 다시 유행시킨 '황산벌'은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드라마 '대장금'은 마(魔)의 시청률 50%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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