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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영화를 선물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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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이에게 보고 또 볼 수 있는 '내 인생의 영화'를 선물하는 사려 깊은 부모.애인이 돼보자. 단 본인이 고르라며 함께 매장을 찾는 건 곤란하다. 견물생심도 걱정스럽지만, 피차 지갑 걱정하며 눈치보다 엉뚱한 영화를 고르기 십상이다. 연령과 좋아하는 장르를 확인한 후 온라인 매장에서 주문할 것을 권한다. 기왕이면 책이나 티셔츠 등 상품을 곁들여 고급스럽게 포장한 DVD라면 기쁨이 배가 되지 않을까.

어린이를 위한 DVD로는 '애니메이션으로 읽는 세계 고전 문학선(Animated Epics)'을 권한다. 유명 오페라를 애니메이션으로 간추린 '오페라복스(Operavox)'로 알려진 영국의 S4C사가 BBC와 손잡고 '모비딕' '베오울프' '돈키호테'를 각기 30분 분량으로 압축했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작가와 스태프가 참여해 다양한 기법으로 원작의 분위기를 전한다. 작품마다 등장 인물.줄거리.작품 해설.작가 소개.제작 기법을 소개한 한글 자료가 들어 있다.

새 학기를 맞을 학생에게는 '인디아나 존스 컴플리트 컬렉션(The Adventure of Indiana Jones)'이 좋겠다. 1980년대 젊은이가 손에 땀을 쥐며 보았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모험 영화 3편에다 2백여분의 제작과정 영상물, 세 편의 제작 다큐멘터리를 수록한 디스크 넉장으로 이루어졌다. 영화학도에겐 '앨프리드 히치콕 박스 세트'가 최상의 선물이 될 것이다. 영화인이라면 교과서처럼 되풀이해 보는 히치콕의 대표작 14편에 상세한 해설을 곁들이고 있다.

선생님과 제자가 주고받을 수 있는 감동적인 영화 선물로는 '미라클 워커(The Miracle Worker)'가 첫 손 꼽힌다. 아서 펜 감독의 62년 작으로 앤 밴크로퍼트와 패티 듀크가 앤 설리번 선생님과 제자 헬렌 켈러를 열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조연상을 받았다. 도로시 허먼이 쓴 책 '헬렌 켈러'와 같이 포장돼 있다. 관련 서적을 곁들이는 DVD는 대개 좋은 평을 받은 진지한 작품들이다. 스티븐 달드리의 2003년 작 '디 아워스(The Hours)'는 영화의 모델인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델러웨이 부인'을 선물한다. 감독.배우의 음성 해설과 네가지 제작 다큐멘터리도 있어 다소 난해한 영화와 울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을 한정 선물한다.

연인 사이라면 물어볼 것도 없이 나카에 이사무 감독의 '냉정과 열정 사이'를 권하고싶다. 밀라노. 피렌체.도쿄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펼쳐지는 사랑과 이별과 재회의 10년은 연인의 심금을 울리고 남을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와 쓰치 히토나리가 남성과 여성 입장에서 쓴 원작 소설 '블루'와 '로소'를 한 권씩 곁들여 연인이 교환해 읽도록 했다.

4개의 디스크에 감독 케빈 코스트너의 코멘터리 등 방대한 부록을 제공하는 '늑대와 춤을 디렉터스 컷(Dances with Wolves)'은 인디언풍 가죽 패키지로 영화 분위기를 함축했다.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Paris, Texas)'는 포장의 푸른 색조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반면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은 콘티북과 필름 조각을 붉은 케이스에 담아 젊은 공포 영화팬을 설레게 한다. DVD에 대한 이해가 높은 감독으로 알려진 김감독은 '조용한 가족' DVD에 이어 '장화, 홍련' DVD 부록 제작에도 직접 참여했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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