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영주권 가진 형제, 나란히 자원 입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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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자진입대한 국외영주권자들. 앞줄에 있는 박희성(左).종성(右) 형제와 김신웅(中)씨.


"대한민국의 아들로서 자랑스럽게 군 복무를 하겠습니다."

군 복무를 의무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국외영주권을 가진 형제가 처음으로 육군에 동반 입대했다. 지난달 28일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박희성(20).종성(19) 형제가 주인공. 이들은 "군 복무는 단순히 의무가 아닌 신성한 권리"라고 말했다.

희성.종성 형제는 초등학생 때인 1998년 가족을 따라 브라질로 이민을 가 9년을 살았다. 형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이제부터는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했다. 가족들과 의논끝에 조국의 군에 입대해 강인한 인내심과 도전 정신을 기르기로 결심했다. 특히 청소년기를 외국에서 보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군 입대가 필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희성씨는 "부모님께서 평소 '조국 대한민국의 아들'임을 잊지 말라고 말씀하셔서 군 입대를 주저하지 않았다"며 "동생과 함께 군 생활을 하기 때문에 어떤 훈련과 임무도 다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형제는 "2년 뒤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청년으로 거듭나 부모님께 못다한 효도를 다하고 싶다"며 입대 소감을 밝혔다.

이날 희성.종성 형제와 함께 입대한 국외영주권자는 5개월 된 딸을 둔 김신웅(29)씨 등 모두 22명이다. 이들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김 훈련병은 95년 고교 때 미국으로 유학해 12년간 살면서 영주권을 얻었다. 그렇지만 외국 생활의 어려움으로 지난해 늦깎이로 대학을 마치고 결혼까지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을 떼어놓고 자진 입대를 택한 것은 '대한의 아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였다고 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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