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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측, 박근혜에게 '공개 편지' 보내

중앙일보

입력

"상대방 후보를 꺾기 위한 방법에도 지켜야 할 금도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재산 증식 관련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10일 공개 서한을 보냈다. 박 전 대표측 최경환.곽성문 의원이 제기한 투자자문회사 BBK 연루설 및 8000억원 규모 차명 부동산 보유 의혹과 관련한 성토의 글이다.

이 전 시장측 장광근 대변인은 '박 전 대표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이메일을 통해 "한나라당이 차떼기정당으로 낙인 찍혀 국민들에게 버림받던 시기, 대표님이 보여주셨던 구당(求黨)의 헌신적인 모습은 경외감 그 자체였으나, 요즘 벌어지고 있는 대표님 주변의 모습에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며 운을 뗐다.

"주변의원들이 총동원돼 '카더라'식의 의혹을 제기.증폭시킨 후 뒤로 빠지는 식의 구태 공작정치를 답습하는 모습에서 그동안 주장해 오신 '원칙의 정치'가 크게 훼손받지 않을까 적이 우려됩니다"며 "곽성문 의원의 X-파일 소동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캠프내 핵심의원들의 이명박 후보 상처내기 행위들에 대해 '개인의 행동'으로 주장하는 것이 박 대표님의 뜻인지요?"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장 대변인은 또 "'대표님의 원칙은 필요에 따라 변하는 카멜레온 원칙인가'라는 세간의 비판에도 귀기울이셔야 합니다"며 "'경선자체가 최종목표'가 아니라 '집권이 최종목표'라는 사실을 함께 인식했으면 합니다"고 글을 맺었다.

박연미 기자

다음은 이 전 시장 측 장광근 대변인이 보낸 공개 편지 전문.

< 朴 前대표님께 드리는 편지 >

대표님께!

박 前대표님께서는 그동안 원칙 있는 지도자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많은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 왔습니다.

저도 존경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차떼기정당으로 낙인찍혀 국민들에게 버림받던 시기, 대표님이 보여주셨던 求黨의 헌신적인 모습은 어쩌면 경외감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요즘 벌어지고 있는 대표님 주변의 모습에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변의원들이 총동원돼 '카더라'식의 의혹을 제기.증폭시킨 후 뒤로 빠지는 식의 구태공작정치를 답습하는 모습에서 그동안 주장해 오신 '원칙의 정치'가 크게 훼손 받지 않을까 적이 우려됩니다.

'의혹이 있으면 당 검증위를 통해서 하라'는 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의원은 '국회의원 입에 재갈을 물리느냐? 표현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의 입은 당의 입보다 우선입니까?

이러면서 어찌 노대통령의 헌법경시태도를 비판할 수 있겠습니까?

'黨法'보다 '떼法'이 우위라는 발상은 아닌지요?

곽성문 의원의 소위 X-파일 소동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대방 후보를 꺽기 위한 방법에도 지켜야 할 금도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곽성문.최경환 의원의 윤리위 회부에 대해서도 캠프 전체가 나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미 당의 권위나 위엄은 짓밟아도 좋은 길거리의 휴지조각 정도로 전락한 느낌이 듭니다.

대표님께서 과거 대표시절이었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셨을는지요?

지난번 강재섭 대표께서 쇄신안을 내놓겠다고 하셨을 때도 '당연히 지지한다'고 하셨다가 뒤늦게 어떤 생각인지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신 적도 있습니다.

캠프내 핵심의원들의 이명박후보 상처내기 행위들에 대해 '개인의 행동'으로 주장하는 것이 박 대표님의 뜻인지요?

'대표님의 원칙은 필요에 따라 변하는 카멜레온 원칙인가'라는 세간의 비판에도 귀 기울이셔야 합니다.

黨이 어렵던 시기, 원칙을 앞세워 黨을 구하셨던 대표님의 원칙이 실종된 것은 아닙니까?

'침묵은 금'이라지만 대표님의 침묵은 모든 의구심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표님께서 무엇인가 답하실 때가 되지 않았는지요?

특정후보의 대변인이라기보다 한때 모든 것을 바쳐 대여투쟁을 해왔던 한사람으로서 대표님의 변신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경선자체가 최종목표'가 아니라 '집권이 최종목표'라는 사실을 함께 인식했으면 합니다.

2007. 6. 10

이명박 예비후보 대변인 장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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