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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그 자체가 살아있는 유기체"|「가이아」논쟁 국내 상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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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구는 그 자체가 살아있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서 그 위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생존에 최적조건을 유지해주기 위해 스스로 조정하며 변화하고 있다.』
영국의 대기화학자 제임스러브록이 지난 72년 처음 제기한 가이아(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이론의 핵심이다.
구미 과학계는 이것이 과학이론인가. 혹은 단순한 은유나 신하에 지나지 않는가를 둘러싸고 논쟁을 계속중이다.
계간『과학사상』(편집인 김용준 고대교수)은 15일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지구는 살아있는가-가이아 이론에 관한 학술적 검토」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이 논쟁을 한국에 상륙시켰다.
세미나에선 서울대 장회익(물리학)·고철환(해양학)교수와 홍욱희 한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주제발표를 했고, 신과학이론을 국내에 도입한 이성범 『과학사상』발행인, 장기홍(경북대)·전경수(서울대)·이경숙(이화여대)교수 등이 토론을 벌였다.
가이아 이론서를 잇따라 국내에 번역·소개하고 있는 홍욱희 박사(환경과학)는 『가이아이론은 지난 20년간 지구의 역사와 자연을 탐구하는 거의 모든 학문분야에서 진지하게 연구·검토됐고, 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신과학을 선도하는 주요 학문분야의 하나로 뚜렷한 위상을 확립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전공분야별로 세분된 연구를 벗어나 지구 전체를 하나의 시스팀으로 간주해 연구대상으로 삼는 새로운 전면적 접근방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옹호했다.
가이아는 지구의 생물·대기·대양·지표면은 서로 결합해 이루고 있는 복잡한 시스팀을 하나의 생물로 간주한 것이며 그 가장 중요한 속성은 모든 지구상의 생물들에게 일정한, 따라서 서식에 적합한 환경조건을 유지시키려는 경향이라는 게 이 이론의 골자다.
장회익 교수는 우호적 비판론의 입장에 서면서 『이 이론은 가이아가 실체인지, 가설인지, 시스팀을 뜻하는지 모호하고 지구상의 생명 유지라는 가이아의 목적 지향적 성격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결함이 있으나 지구 생명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일단 하나의 과학이론으로서 외형은 갖추고 있으나 앞으로 좀더 선명한 과학적 개념에 입각해 체계를 다듬고 이론적 틀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철환 교수는 『무생물계는 생물계의 진화에, 생물계는 무생물계가 안정되는 방향으로 서로 순환적 영향을 미친다는 가이아의 설명은 과학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러나 지구의 대기가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은 생물계를「위해서」이며 생물계는 물리적 환경을 생물이 살기에 최적 조건이 되도록「조절」한다는 가이아의 다른 이념은 과학성이 결여된 은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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