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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 돕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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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24일 내년 총선과 관련, "한나라당을 하나의 세력으로 하고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축으로 하는 구도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이날 박범계(朴範界)전 법무비서관 등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제출한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盧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으로 가면 타이타닉호와 비슷한 모습이 될 것"이라며 "타이타닉호가 가라앉을 때 물보라가 크게 치듯이 한나라당에는 더 나쁜 지형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덧붙여 盧대통령은 "내년 총선에 가서 한나라당이 아직 있느냐는 얘기도 나올 수 있다"며 "바람이 불테니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진(朴振)대변인은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발언"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청와대의 총선 개입 및 기획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청와대가 선거대책본부이고, 대통령이 선대본부장이냐"며 "대통령의 의무와 책임을 망각한 발언"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盧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금 한나라당은 집중적으로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어 제대로 국정수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盧대통령은 또 "열린우리당은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성에 있어 우월적 입장에 있는 만큼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 盧대통령은 "언론이 3천만원을 받은 것과 더 많이 받은 것을 같이 취급하고 있다"며 "한쪽은 강탈하다시피 한 것이고 한쪽은 불가피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훈.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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