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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로봇이야기

영화 속의 로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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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로봇 역사에서 영화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학생과 공학자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사람들에게 관심과 수요층까지 만든다. 지금까지 로봇이 나온 영화 대부분이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순천대 문용선 교수는 '영화 속의 로봇'이라는 공식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깊은 인상을 받았던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1982년)였다. 인조인간의 고뇌와 쓸쓸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재미있는 설정은 인조인간의 수명을 4년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로봇은 없고 사람들만 나와서 로봇영화라는 느낌은 없었다. '로보캅'(87년)은 기계식 로봇 디자인이 좋아 보였다. 기계식 로봇을 만든다면 영화에서처럼 만들어야만 할 것 같았다.

'주라기공원'(93년)에서 산업용 로봇이 공룡 알을 다루기는 하나 밋밋했다. 그러나 공룡로봇의 인상은 강했다. 2005년 일본에서 공룡로봇 동작모델을 선보였지만 영화가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로 영화이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필자는 당시 주목받고 있던 공룡영화 제작자를 주소만 보고 찾아가 같이 공룡로봇을 개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성사는 안 됐다.

'이너스페이스'(87년)에서는 사람이 탄 잠수함을 초소형으로 줄여 사람 위 속을 다니는데 적을 물리치기 위해 위산을 이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미끄러운 내장 벽에 갈고리로 붙어 있는데 실제로 내장을 돌아다니는 마이크로로봇 개발 때 가장 어려운 문제이기도 해 주의 깊게 보곤 했다.

영화 속의 로봇은 더욱 정교해지고 더욱 높은 지능으로 인간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고 있다. '바이센테니얼 맨'(99년)에선 만능 가사로봇이 나오는데 로봇칩 회로에 마요네즈가 묻은 사고로 오히려 높은 지능을 갖게 된다. 하지만 로봇기술 영화라기보다 주인공의 재능에 기댄 인간영화였다.

21세기 들어 로봇영화 중에서 작품성이 뛰어난 것들이 상영되었다. 'AI'(2001년)에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로봇들이 나온다. 그럴듯한 사람 모습의 안드로이드들도 나와 로봇영화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에서는 가상현실 기술과 로봇 등 미래에 있을 법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움직이는 화초로봇, 거미정찰로봇, 홍체인식 등이 등장한다. 로봇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더 볼 필요가 있는 영화다. 사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로봇이 나올 경우 로봇 과학자의 조언을 받기도 한다.

'아이, 로봇'(2004년)에 나오는 로봇은 아마 2010년에는 실제로 그렇게 만들 것 같은 공학적인 감각을 가졌다. 얼굴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로봇영화에서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은 공상과학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와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다. 훌륭한 로봇영화일 경우 이 사람들이 참여한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종종 로봇과학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묻는다. 이제는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할 수 있으므로 필요한 전공지식에 대한 대답보다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 관람도 좋은 방법이다.

박종오 전남대 교수 ·기계시스템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