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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3억 … 예상 수입 최소 105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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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매연여과장치 기술로 105억원의 기술료 수입을 올린 한국기계연구원 송영훈 박사 연구팀. 왼쪽부터 이대훈 선임연구원, 이재옥 선임기술원, 김관태 책임연구원, 송영훈 책임연구원, 김석준 책임연구원, 차민석 선임연구원.

'3억원 들여 105억원 대박 '.

카지노나 로또 얘기가 아니다. 충남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기계연구원이 올린 개가다. 기계연은 8일 자동차 부품업체 두 곳과 기술이전 계약을 했다. 자체 개발한 매연 여과장치(DPF) 기술을 넘겨주는 대가로 업체당 6억원의 선금을 받고, 앞으로 매출이 생길 때마다 업체당 최소 46억원씩 총 105억원의 기술료를 더 받는 조건이다. 정부출연 연구소의 기술료 수입이 연구소당 평균 4000만원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면 '대박'이라 할 만하다. 13년 외곬 기술 연구를 고집한 송영훈 박사와 그의 팀 6명이 이뤄낸 것이라 더 의미가 크다.

DPF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 등 유해가스를 태워버리는 '버너'가 핵심이다. 기존 장치의 버너는 부피가 크고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다. 이 때문에 버스 등 대형 차량에 주로 쓰인다. 매연이 배기관을 따라 나올 때 생기는 바람 때문에 버너 불꽃이 자주 꺼지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송 박사팀은 이를 '플라스마' 기술로 풀었다. 기체에 에너지를 가했을 때 생기는 이온 입자가 플라스마다. 형광등이나 네온사인, PDP TV도 플라스마를 이용한 제품이다.

기술 아이디어는 우연히 얻었다. 지난해 8월 DPF 제조회사에서 일하던 친구가 송 박사 연구실로 놀러왔다. 당시 송 박사는 DPF에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버너의 성능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 말을 듣고는 무릎을 쳤다. "플라스마가 답이다." 즉각 연구에 착수했다. DPF 제품을 구해다 직접 뜯어보며 장치를 개발했다.

송 박사팀이 플라스마 버너를 개발해낸 건 그동안 축적한 기술 덕분이었다. 그가 플라스마를 연구하기 시작한 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기계연에 합류한 1994년부터다. 그러나 당시 플라스마는 너무 앞선 기술이었다. 세계적으로는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나 국내에선 '미운 오리새끼'였다. 3년 만에 정부지원금도 끊겼다. 13년 동안 성과도 없는 연구를 계속하자니 눈칫밥도 많이 먹어야 했다.

송 박사팀의 기술은 미국으로 갈 뻔했던 기술료를 국내로 돌려놓기도 했다. 이번에 기술을 이전받은 현대차 계열의 HK-MnS는 지난해 말 미국 아빈메리터와 기술이전 협상을 벌였다. 버너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송 박사팀의 기술 시연을 본 뒤 방향을 바꿨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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