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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외국기업 투자기피에 “울상”/대가 치르는 극우파 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바이어들 발길 끊겨 수출 큰 타격/단체관광 해약속출 관광객 격감
독일 극우파들의 외국인에 대한 폭력이 국내·외의 비난을 사고 있는 가운데 독일이 외국 투자자들의 구동독지역에 대한 투자유치를 기피,대가를 치르고 있다.
통일후 거의 붕괴되다시피한 구동독지역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독일정부는 그간 각종 특혜를 보장하며 이 지역에 대한 외국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해왔으나 이 지역의 전화·통신 등 사회간접자본이 아직 완비되지 않았고 임금도 곧 서쪽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더구나 극우파들의 외국인 폭력이 연일 보도되자 이 지역에 투자를 생각했던 투자자들마저 불안해하고 있다.
구동독 작센주 발터 록 경제개발과장은 『투자하려는 외국기업들이 맨처음 묻는 질문은 주민들의 외국인혐오증 유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신탁관리청 드레스덴지부에 따르면 지난 8월말 로스토크에서 발생한 극우파들의 대규모 난동사건을 계기로 한달평균 세번꼴로 방문하던 외국투자사절단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미국의 한 사절단은 드레스덴이 극우파의 온상이란 외신보도가 나오자 방문을 취소하기도 했다.
중국 북경에 있는 한 제지회사의 중역은 최근 3천마르크짜리 독일제 기계를 구입하기 위해 베를린을 방문했다가 백주대로에서 욕설을 당하고 따귀를 얻어맞는 봉변을 당해 결국 독일제 기계구입을 포기하고 미국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로스토크의 조선소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덴마크의 한 선주는 『지금 내가 조선소 인수계약을 체결한다면 덴마크사람들은 나를 미쳤다고 할 것』이라며 인수의사를 포기한 것으로 보도됐다.
독일최대 다이믈러 벤츠그룹의 자회사인 도이체아에로스페이스사의 위르겐 슈렘프사장은 『로스토크사건 이후 외국기업과의 상담분위기가 갑자기 냉랭해졌고 조건도 까다로워졌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시장에서 점차 가격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벤츠·BMW 등 자동차회사들도 수출량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극우파의 난동으로 특히 심한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관광부문으로아직 공식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지난 8월 이후 독일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수가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예약을 했던 미국·프랑스·일본 등 단체관광객들의 해약사태가 속출하고 있어 호텔 등 관광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이 때문에 예년같으면 외국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던 뮌헨의 「10월제」가 올해는 썰렁한 분위기이고 맥주판매량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독일인들의 이같은 외국인 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외국상사 주재원들이나 관광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도 속출하고 있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스라엘 관광객들은 독일로 떠나기 전에 공공장소에서 히브리어 대신 영어를 사용할 것,항상 그룹을 지어 외출할 것,그리고 가급적 호텔은 매일밤 바꿀 것 등을 교육받고 있다.
또한 독일인들의 눈에 외관상 베트남인들과 쉽게 구별되지 않는 한국이나 일본의 현지 주재원이나 관광객들은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으로 베트남인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독일정부는 외국기업이나 외국인들의 이러한 「독일기피」현상이 「독일상품기피」현상으로 확대될 경우 수출주도형인 독일경제전반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극우파에 대한 처벌강화와 국민계몽에 노력하고 있으나 극우파들의 외국인에 대한 테러는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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