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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동양 고전 한글판 만들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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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국의 정신문화를 제대로 소개해 한중 양 국민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합니다. 좋은 일이니 소득(수입)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고전 100선인 '대중화(大中華)문고'중 1차분 3종 5권의 중한 대역판을 최근 선보인 중국 옌볜(延邊)인민출판사 이성권(52.사진) 사장은 문화적 의의에 무게를 두었다.

'대중화문고'는 중국 정부가 해외에 중국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1994년 야심차게 시작한 문화프로젝트다. 17개 대형 출판사와 학자들이 소개할 중국 고전을 엄선하고 그 판본을 선정하는 데만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중영(中英)대역 판은 99년에야 처음 출간됐을 정도다.

판권이 아니라 완제품 책을 수출하는 사업이니 말 그대로 중국의 문화상품인 셈인데 콘텐트도 충실하다. 목록엔 '이각박안경기'등 어지간한 이들은 이름도 듣지 못한 책이 수두룩해 동양고전에 관심있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제작도 선전(深 土+川)의 정부 지정 인쇄소에 맡아 제품의 질을 높였다.

이 사장이 한중 국교수립 15주년이자 한중문화교류의 해인 2007년 발간을 목표로 중한 대역판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이었다. 정부 기관인 '대중화문고 사업위원회'의 승인을 얻는 것부터 쉽지 않았단다. 상급기관(중국의 출판사는 모두 국영이다)인 옌볜주 신문출판국 박창욱 국장이 베이징을 오가는 등 1년 여 노력 끝에 지난해 10월에야 사업 승인을 얻었다.

"막상 문고 발간을 시작하려니 어려움이 많았죠. 번역이며 편집이야 늘 하는 일이지만 서울지사와 연락해 국내 보급선을 마련하고, 한국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출간 순서며 한글 표현을 다듬느라 분주했습니다."

그는 한양대 정민 교수가 뜻깊은 일이라며 한국 측 고문위원을 추천해주고 문장을 손 봐주는 등 자기 일처럼 애써줬다며 고마워했다. 6일 막을 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노자'와 설화집 '수신기 1, 2', 문학이론서 '문심조룡 1, 2'를 출품했는데 관람객들의 반응이 괜찮았다고 기꺼워했다.

이 사장은 "'노자'를 젊은이들이 사 가 놀랐다"며 "내년 초 중국 최대의 약학백과사전인 '본초강목'을 펴낼 예정인데 완전한 한국어 판이 없는 만큼 반응이 좋을 것"이라 기대했다. 번역의 정확성과 책의 품질을 자신하기 때문이란다. 고전 원문과 중국 현대문, 그리고 한글 번역을 함께 실었는데 번역에 거듭 공을 들였다고 했다.

"베이징 중앙민족대 이원길 교수 등 일류 한국전문가들이 번역했습니다. 그런데도 당초 계획했던 1차 출간분 중 한국 측 고문위원들이 원고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한 '유림외사'의 출판은 미뤘을 정도니까요."

국내 보급은 집문당이 맡았다. 앞으로 5~6년간 60종을 낸 뒤 반응을 보고 나머지를 펴낼 계획이라고 했다. 중불(中佛)판이나 중일(中日)판 보다도 앞서 두 번째로 나온 '대중화문고'중한(中韓)판이 한중 문화교류에 얼마나 기여할지 궁금하다.

글=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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