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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인 박근혜 캠프 "남의 이름 땅 없다는 증거 내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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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일 오전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대책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이명박 전 시장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상찬 공보특보, 김재원 의원, 안병훈 본부장. [연합뉴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은 7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구체적 해명 없이 그냥 아니라고 부인만 하면 어쩌란 말이냐"고 역공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문회사 BBK와 이 전 시장의 연관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가 나올 때까지 검증은 계속돼야 한다"며 압박했다.

박근혜 캠프는 오전 9시에 예정된 전략회의를 이 전 시장의 기자회견(9시30분) 이후로 늦추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전 시장이 매우 공세적으로 나오거나 구체적 해명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캠프는 부산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의 회견 후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안병훈 본부장과 서청원 캠프 고문 등이 참석한 회의에선 "아니라고만 하니 다소 황당하다"는 냉소적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최경환 의원은 "우리 캠프에서는 BBK 사건에 대한 이 전 시장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전 시장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해명만 했다"며 "이 전 시장이 회견에서 '남의 이름으로 단 한 평의 땅도 가진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없다는 증거를 내놓아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전 시장 측에서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으면 당 검증위에서 당연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유기준 의원은 "이 전 시장이 2000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BK는 내 포부를 달성시키는 산실이 될 것'이라고 말해 놓고 이제와서 관계가 없다고 하니 헷갈릴 뿐"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의원도 "이 전 시장이 BBK와 무관하다면서 명함까지 만들어 가지고 다녔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선교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전 시장의 맏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가 140억원을 떼인 경로와 이 전 시장은 여기에 어떻게 관여돼 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하루 종일 삼성동 자택에 머물었다. 8일 부산에서 열릴 교육.복지 분야 정책토론회 준비에 몰두했다. 4일 이 전 시장과 친인척의 8000억원 재산 검증 공방이 불거진 이후 박 전 대표는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다. 6일엔 캠프에서 정책자문단.공보팀.측근 2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4시간 동안 토론회 실전 연습을 했다.

한편 박 전 대표 캠프의 법률특보를 지냈던 정인봉 변호사는 이날 평화방송에서 "당 검증위에 제출한 서류 5건 중 1건은 이 전 시장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이지만 사생활 관련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김경준 사건에 대한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번 전화도 하고 필요한 자료도 서로 교환했다"고 말해 자신이 검증위에 제출한 자료가 공방의 중심에 있는 BBK 사건과 관련된 것임을 시사했다.

◆11일 경선 출마 선언=박 전 대표는 11일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캠프 관계자는 "공식 출마선언은 사실상 대선 출정식이라 할 수 있다"며 "이 행사를 당사에서 하기로 한 것은 당 대표로서 천막당사 시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제1당으로 우뚝서게 한 당의 주인임을 상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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