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8회 「법조계 태백산맥」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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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백광현변호사 입각 「인물군단」저력 과시/80년대부터 장관 5명·대법관 10명 배출
인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뜻에서 한때 「법조계의 태백산맥」으로 불리던 고시8회의 불꽃은 언제까지 타오를 것인가.
중립내각의 핵인 내무장관에 고시 8회 출신인 백광현변호사가 기용됨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과연 저력의 고시8회』라는 탄성이 나오고 있다.
56년 6월 선발된 고시 8회는 80년대초부터 법무부 검찰과 법원의 요직을 휩쓸기 시작하면서 최대의 세력으로 등장,지금까지 정치근·배명인·김석휘·김성기씨 등 4명의 법무장관을 잇따라 배출해 백 장관까지를 포함하면 모두 5명이 입각한 기록을 갖게 됐다.
이 가운데 배씨와 현 청와대 정치특보 서동권씨는 직제상 장관급이나 실제 영향력에서는 그 이상인 안기부장으로 권력의 핵심에 있었다.
법원에서도 고시8회의 위세는 두드러져 86년 4월 인사에서 이병후·이명희·이준승·박우동·김달식·황선당씨 등 6명이 한꺼번에 대법원 판사에 발탁됨으로써 대법원판사 14명중 과반수인 8명을 차지,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다.
고시8회는 이회창·박우동·김상원씨 등 3명의 현직 대법관이 건재하고 배석(작고)·오성환씨 등을 포함,모두 10명의 전·현직 대법원 판사·대법관을 배출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의 지방자치단체장선거연기·헌법소원사건의 심리지연에 반발,주심을 사퇴했던 변정수재판관도 고시8회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재야법조인으로는 한승헌·용남진·이기홍·용태영·이세중씨 등 거물급들이 포진해 있다.
이처럼 고시8회가 다른 기수를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합격자수가 1백8명으로 고시13회의 1백10명 다음으로 많았고 그만큼 인물도 많았던데다 시대흐름을 탈 수 있었던 때문.
고시 1회부터 7회까지 총합격자수는 1백51명에 불과했는데 8회때 1백8명이란 많은 수를 뽑은 것은 6·25이후 법조인력이 크게 부족한데다 응시자가 전년의 2.5배인 2천8백55명이나 됐기 때문이다.
합격자수가 워낙 많은 관계로 임관도 한꺼번에 이뤄지지 못하고 자유당,과도정부,민주당,5·16이후 등 임관시기가 제각각인 것도 고시8회만의 특징이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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