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교육에 철학과 출신 적극 참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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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에서조차 철학은 소수의 학생만 선택하는 과목으로 전락했으며, 철학과 졸업생들의 취업 걱정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2일 창립된 전국대학철학과연합회 초대 회장을 맡은 배석원(61.경상대.사진) 교수의 말이다.

배 회장은 "어느 특정 대학만의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철학과가 처한 어려움을 공동으로 타개해보기 위해 전국 56개 대학이 참가하는 전국대학철학과연합회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철학의 새로운 자리매김에 앞서 철학 전공자들이 반성할 점이 많다고 했다.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제 구실을 하지 못했습니다. 보다 멀리 보고 깊이 생각하며 실천하는 철학적 삶의 모범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철학 없는 사회, 철학 없는 교육 현실을 초래한 책임을 통감합니다."

배 회장은 전국대학철학과연합회의 주요 사업으로 '논술교육인증원'의 운영을 꼽았다. 그는 논술교육인증원 초대 원장을 겸하고 있다. 논술 교육 현장에 철학과 출신들이 참여할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국 대학의 철학과 내에 논술교육과정을 개설할 예정입니다. 그 과정을 이수한 후 논술인증시험(가칭)을 통과한 이들에게 전국대학철학과연합회 이름으로 논술교육인증서를 수여할 것입니다."

논술교육인증서를 받기 위해선 철학 관련 수업을 37학점 이상 듣고 철학 논문도 써야 한다. 아무래도 철학을 전공하거나 부전공하는 학생들이 주요 대상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이에 대해 그는 "논술이란 '논증적 글쓰기'이고, 논증적 글쓰기를 배우는 곳이 철학과"라며 "논술교육인증원의 활동이 활성화되면, 현재 공교육과 사교육 분야에서 파행적으로 시행되는 논술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 회장은 또 "현재 중.고교의 윤리.도덕 과목에 철학과 출신들이 정규 교사로 진출하는 데는 너무 많은 장벽이 놓여 있다"며 "논술교육인증서를 획득한 사람들이 일선 학교의 윤리.도덕 과목을 포함한 논술 교육 현장에 자유롭게 투입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논술교육인증서 시험은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1월 실시될 예정이다.

배 회장은 "철학은 이제 우리의 현실적 삶과 직접 관련이 있는 학문으로 새롭게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전국대학철학과연합회 활동을 통해 국민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방안을 두루 찾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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