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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기상위성 전문인력 양성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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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나라가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의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1904년 목포에 한국 최초의 기상관측소가 설립된 이후 발전해 온 우리 기상 분야를 뒤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2008년 말 발사를 목표로 통신해양 기상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 7번째의 기상위성 보유국이 된다. 기상위성은 해양과 같은 기상관측 공백 지역에서 실시간으로 연속적인 기상자료를 공급하고 특이한 기상현상을 감시하게 된다. 따라서 예보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국가방재 시스템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위성사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발사 이후의 위성 운용을 철저히 준비할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성공적인 위성사업은 현대 첨단 기술의 융합을 전제로 하고 있다. 관측센서 개발, 이를 수송할 탑재체 제작, 탑재체를 우주 공간으로 수송할 우주기지와 로켓의 확보 등 첨단 기술의 종합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발사 후 위성체 추적 등의 관리 운용, 관측치의 해석, 기상자료의 생산.활용 기술도 성공적인 위성사업에 있어 필수적인 기술이다.

한 예를 보자.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의 어려움 속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한 가닥 희망을 주었던 한국 최초의 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를 보라. 성공적 발사에 이어 오늘도 관측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리랑위성 1호 관측자료가 활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다. 위성체 제작, 발사, 관제 등에선 성공을 거두었지만 자료 처리와 활용 면에선 성공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 기상청은 수천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개발하는 기상위성 운용과 기상자료의 안정적 생산.분배를 위해선 아리랑위성 1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위성 보유국이라는 자화자찬은 이제 그만두자. 기상청은 투자 대비 이익과 사회편익 창출의 극대화를 위해 발사 이후의 운용, 기상자료의 생산과 활용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사실 위성체의 제작과 발사는 기상청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상위성 운용 경험이 전무한 우리 기상청은 일본을 배우고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77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정지 기상위성인 GMS-1호를 발사했다. 당시 위성운용 경험이 없던 일본은 발사에 앞서 기상위성센터를 설립하고 270여 명의 전문 운영인력을 확보, 운용의 극대화를 꾀했다. 지금까지 일곱 번이나 위성을 발사해 위성운용 기술을 축적하고 업무 자동화를 실현하고 있는 현재도 일본 기상위성센터는 180여 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위성 발사를 1년 여 앞둔 시점에서 기상청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기 바란다. 장비는 제때 설치되는지, 설치한 장비를 운용할 인력은 확보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상자료를 즉시 생산하고 곧바로 공급하는 일이 현재 인력으로 가능한지 판단해야 한다. 자칫 막대한 세금을 들여 발사한 인공위성이 값비싼 고철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상재해로 인한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을 경감할 수 있도록 기상위성의 안정된 운용과 고품질 기상관측 자료 생산을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확보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손병주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