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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물' 에 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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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해 11월 말 코오롱그룹 이수영(39.사진) 전략사업팀장(상무)은 프랑스 출장 중인 이웅열 그룹 회장에게서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그때 프랑스 현지시간은 오전 3시. 이 회장은 왜 새벽에 잠도 안 자고 한국에 전화를 했을까. 당시 코오롱그룹은 국내 1위의 하.폐수 처리장 운영업체인 환경시설관리공사 인수전에 뛰어들어 최종 인수가격을 써내기 직전이었다. 실무 책임자였던 이 상무는 인수가격을 얼마로 써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 회장은 국제전화를 통해 "이 사업은 꼭 해내야 한다. 가격을 맘대로 써라.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 상무는 540억원을 써냈고, 세계 1위의 물 기업인 프랑스 비올리아를 제치고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금액으로만 보면 작은 규모의 인수합병(M&A)이지만 물 기업 관련 운영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은 이 M&A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코오롱그룹이 물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2015년 매출 2조원의 세계 10대 물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비전도 세웠다. 그룹의 올해 물 관련 매출 목표는 위탁운영.시공.화학약품 등을 합해 2500억원선이다. 물 산업이란 상.하수도, 해수 담수화, 생수사업 및 이와 연관된 건설.설비생산.약품제조.기술개발 등의 사업을 가리킨다. 이 중 상.하수도 관련 산업이 물 산업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전 세계 물 산업은 2004년 886조원에서 연평균 5.5%씩 성장해 2015년에는 1598조원의 거대 시장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상무는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블루 골드(Blue Gold)'로 불리는 '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코오롱은 그룹의 유일한 여성 임원이자 신규 사업을 맡고 있는 이 상무를 비롯, 계열사 직원 14명으로 물 사업을 전담하는 수처리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그룹의 물 사업은 크게 ▶운영사업▶소재.시스템 사업▶시공 부문의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운영사업 부문은 지난해 인수한 환경시설관리공사가 디딤돌 역할을 한다. 이를 발판으로 하.폐수 처리 위탁운영사업을 더 키울 방침이다. 지금과 같은 단순 위탁이 아니라 개.보수를 포함한 토털 서비스 제공이나 20년 이상 장기 위탁사업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고 있다. 지방 상수도 위탁운영사업 분야나 민간 공업용수 공급 및 폐수처리 분야 등 새로운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소재.시스템 사업부문은 ㈜코오롱.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아이넷.코오롱유화 등 계열사가 보유한 분리막.고분자응집제.감시제어시스템 등의 기술을 연계해 통합체계를 구축한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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