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과기협정 체결 계기로 본 한국의 과기협력 현황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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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나라는 최근 중국과 과학기술협력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우리나라와 이 협정을 맺은 나라가23개국으로 늘어나는 등 다변화된 과학기술 교류시대를 맞았다. <표 참조> 과거 우리나라의 과기협력은 미·일에 편중되고 협력의 내용도 단편적 기술이전의 양상을 띠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대상국가가 기초과학이 든든한 러시아·중국 등 북방국가 등으로 다변화하고 협력분야도 점차 질적 고도화를 추구하고 있다.
김진현 과기처장관은 정부의 북방정책은 과학기술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하고『한국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기초과학과 대형 복합기술을 이들 국가로부터 값싸게 들여올 수 있으며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비싼 값을 주고도 사올 수 없었던 핵심·예민 기술을 이들 국가로부터 우회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 길을 텄다는데 큰 뜻이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는 두 차례의 과기장관 회담을 통해 74개 공동연구과제를 발굴, 현재 20개 과제가 추진중이며 지난 6월에는 첫 시제품(한국원자력연구소와 쿠르차토프 연구소가 공동 연구한 이온 주입기)이 서울대에 판매됐으며 현재 40여명의 러시아 학자가 국내에 체류하고있다.
중국과도 지난 3월과 9월의 양국 과기장관 회담을 통해 합의된 대로 38개 공동연구과제의 수행과약 1백명 규모의 과학자교류 등 본격적인 협력사업이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이 출연연구기관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공동연구가 정부의 지원부족으로 추진이안되고 있거나 형식에 그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
90년에 75개 과제에 48억6천만원이던 국제공동연구사업비가 91년에는 57개 과제에 41억원, 올해는 69개 과제에 44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있으며 내년 예산에도 올해수준으로 계상돼 있을 뿐이어서 정부의 전방위 과기협력 구호를 무색케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경우 국제공동연구비가 지난해 30억원에서 올해는 13억원으로 줄었다는 것.
이에 따라 상대국에서는 연구비를 확보해 공동연구를 시작할 태세를 갖췄음에도 우리는 연구비가 지원되지 않아 연구자체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 어렵게 쌓아올린 신뢰기반마저 허물어지고 있다는 출연연구소 담당자들의 하소연이다.
또 국제과기협력은 기관간이나 연구자의 개별적 인간관계형성에 의한 비공식 채널을 통해서도 이뤄질 수 있는데도 정부간 회의 의제로 공식적으로 합의된 과제 외에는 연구비 지원이 원천 봉쇄돼 있어 기술수요에 대응하는 기동성과 탄력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한 전문가는『23개 협정국 가운데 절반정도는 별다른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관간 협력체결에 의한 협력의 내실화와 정부의 지원보장▲필요기술에 가장 적합한 연구기관과 전문가 선정에 보다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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