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마 날로 번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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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 경마가 승부조작사건, 조교사의 잇따른 자살로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경마 선진국 홍콩은 유례없는 붐을 타고 경마가 날로 번창하고 있다. 홍콩의 경마시행을 담당하는 로열경마클럽이 명사들의 사교장으로 자리잡은 샤틴·해피 밸리·경마장에서 지난해 마권판매로 올린 총수입은 무려 71억달러(약5조7천억원) 로 우리나라의 6배 규모.
홍콩사람 1인당 1천2백달러(약96만원)를 경마에 쏟아 부은 꼴인데 올해는 매출액이 10%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영리단체인 로열경마클럽은 매출액 가운데 약81%에 해당하는 57억6천만달러(약 4조6천억원)는 당첨금으로 다시 고객들에게 돌려주고 10억달러를 세금으로 내놓았다.
홍콩 전체 세수(세수)의 8%나 될 만큼 많은 금액이다.
한편 이 클럽은 지난 73년부터 장외발매소 개설권을 가지면서 급성장을 이룩, 수입가운데 일부분을 수영장·공원·양로원·주택·공연시설 확충 등에 사용하도록 희사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1884년 설립된 로열경마클럽의 회장 자리는 항상 퇴역한 영국군 장성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점차 식민지 분위기는 퇴색해 현재 12명의 이사 가운데 중국인이 7명이나 차지하고 있다.
경마가 벌어지는 날 호화로운 귀빈석과 일반 관중석을 막론하고 홍콩의 경마팬들은 30여개에 이르는 예상지중 한 개를 구입, 숙독하면서 자신이 베팅할말을 신중히 선택한다.
경주가 없는 날에도 골수 팬들은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훈련을 보기 위해 스톱워치·비디오·카메라·망원경까지 들고나와 말·기수들을 연구한다. 이같은 열기에도 불구하고 홍콩경마는 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흔들리고 있다.
중국정부는 97년 이후에도 경마가 계속될 것을 이미 약속했다.
그러나 홍콩정청은 북경측의 반발을 사전에 막기 위해 클럽 명칭에서 「로열」을 없앨 계획인데 그렇게 될 경우 클럽회장 자리를 영국 장성이 계속 맡게 될지도 미지수다.
수백만명의 가난한 농민들이 본토에 살고 있는 현실을 두고 중국정부가 홍콩의 호사스런 경마장을 현재처럼 보호, 육성해 줄지 내려진 결정은 아직까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와킨스 로열경마클럽회장은 『홍콩의 사회생활과 과세 기반에 있어 경마가 차지하는 비중을 중국정부는 잘 알고 있다』면서 장래를 낙관하고 있다.
【뉴스위크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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