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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하원 대통령탄핵 가결/소추안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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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권한정지… 상원심리거쳐 확정/프랑코부통령이 직무대행
【브라질리아 로이터·AFP=연합】 브라질 하원은 29일 오후 페르난도 콜로르 데멜로대통령(43)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적의원 5백3명중 찬성 4백41표로 통과시켰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는 중남미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이 나라 정정을 파국으로 치닫게 했던 콜로르 부패스캔들은 사실상 일단락됐다.
하원의 탄핵소추 결정으로 89년 오랜 군정끝에 29년만에 처음 실시된 자유선거에서 대권을 잡은 콜로르는 앞으로 6개월간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이 정지되며 상원심리를 거쳐 탄핵이 확정된다.
콜로르의 탄핵에 따라 이타마르 프랑코부통령(61)이 오는 95년 1월까지의 콜로르 잔여임기를 대행하게 된다.
관측통들은 탄핵소추안이 압도적 표차로 통과됨으로써 콜로르가 상원심리를 피할 수 있는 길은 스스로 물러나는 방법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하원이 탄핵소추안 표결에 들어가기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표결결과에 관계없이 현내각이 총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리아 및 상파울루 등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는 은행 등 주요 기관이 일부 문을 닫은 가운데 중심가에 시민들이 운집해 TV 등을 통해 표결을 지켜보다 탄핵소추가 확정되자 일제히 환성을 올렸다.
콜로르가 선거당시 측근을 통해 6백50만달러 이상을 불법 획득하는 등 부정부패에 깊게 연루됐음이 폭로되면서 촉발된 정정불안은 지난 4개월 남짓 대규모시위가 끊이지 않는 등 1억5천만인구의 브라질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한편 브라질군은 29일 표결에 앞서 하원이 찬반토론에 들어감에 따라 예상되는 시위사태에 대비해 수도 브라질리아 등 주요 도시에서 비상경계태세에 돌입,관공서와 콜로르대통령 사저 등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으나 큰 소요는 발생하지 않았다.
◎콜로르 왜 탄핵까지 몰렸나/동생이 마약복용 폭로… 부정축재도/집권기간 안하무인 행동 정적양산
지난 4개월동안 부정스캔들로 브라질을 떠들썩하게 했던 페르난도 콜로르 데 멜로 브라질대통령(43)은 29일 브라질하원에서 탄핵결정을 받음으로써 남미에서 부정축재스캔들로 처벌을 받은 첫 대통령이란 오명을 남기게 되었다.
이날 표결이 벌어진 의회에서는 재적 의원 3분의 2선인 3백36번째 탄핵찬성표가 던져지는 순간 의원들이 일제히 탄성을 지르며 브라질 국가를 불렀다. 의회건물앞에서 표결을 지켜보던 10만여 시민들도 콜르르탄핵이 확정되는 순간 서로 엉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원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함에 따라 브라질 최초의 민선대통령인 콜로르는 6개월간 대통령직 직무수행이 중지되고 이타마르 프랑코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 기간에 브라질 상원이 탄핵심판을 벌인뒤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현재 분위기로서는 콜로르에 대한 탄핵결정이 거의 확실하다. 콜로르의 부정축재 스캔들은 지난 5월 대통령의 친동생이 콜로르의 마약복용사실과 측근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면서 비롯됐다. 이어 의회의 조사에서 89년 대통령선거당시 콜로르측 재무담당이었던 파울로 세자르 파리아스가 기업체들에 특혜를 주고 그 대가를 받는 등 부정축재를 했으며,이 돈중 6백50만달러가 콜로르의 비밀계좌로 흘러간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후 콜로르는 국민들의 계속되는 시위에 시달리면서도 내년에 국민투표로 마련될 신헌법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란 우려와,하원의 탄핵투표를 비밀로 하거나 표결자체를 10월에 열리는 지방선거이후로 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 사임을 거부해왔다.
현지외교관들과 정치분석가들은 콜로르에 대한 탄핵결정이 브라질 및 남미각국의 민주주의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이번 스캔들을 둘러싼 혼란속에서도 브라질 군부가 보였던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대통령의 부정스캔들이 심심찮게 보도돼온 남미에서 콜로르대통령이 탄핵으로까지 몰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분석가들은 ▲콜로르가 선거공약으로 부정부패일소를 내세웠기 때문에 자신이 쉽게 표적이 될 수 있었고 ▲집권기간중 안하무인격 행동으로 정적을 양산했다는 점 ▲경제정책 실패 ▲국민들의 의식수준 향상 등을 꼽고 있다.
콜로르가 집권한 2년6개월동안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은 오히려 떨어졌고 인플레이션율도 월 25%에 달했다. 다른 남미대통령들과 달리 정치기반이 허약하다는 사실도 취약점으로 꼽힌다. 콜로르대통령은 대통령선거운동기간중에 당을 만들어 총 5백3개의석중 31개의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콜로르는 변덕스런 성격으로 지지자들까지도 적으로 만들었다.
콜로르는 집권직후부터 부유층 및 사업가·노조들을 비난했으며 의회와 언론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콜로르의 지지기반이었던 중도우익의 엘리트층이 등을 돌리게 되었던 것이다. 과거 중남미대통령중 부정스캔들로 의회의 청문회로까지 발전했던 경우로는 우고 반제르 전 볼리비아 독재자가 유일하게 꼽힌다.
그러나 반제르의 부정축재청문회도 1년뒤 청문회를 주도했던 야당지도자인 마르셀로 키로가 산타 크루즈가 군사쿠데타 과정에서 살해당함에 따라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콜로르의 전임자인 호세 사르네이 전 대통령도 부정축재혐의로 의회의 조사를 받았지만 탄핵절차를 중도에서 차단하는데 성공했고,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메넴대통령도 수차례 부정스캔들에 휘말렸으나 그때마다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지 않고 살아남았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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