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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홍혜경 독창회를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오페라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라 불리는 뉴욕 메트러폴리턴 오페라하우스의 프리마돈나 소프라노 홍혜경독창회(중앙일보사주최)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21일).
지난 83년 대한민국 음악제에 참가한 후 거의 10년만에 고국무대에 선 이 연주회에서 그는 부천 필하모닉오키스트라(지휘 임헌정)의 협연으로 오페라 아리아와 한국 가곡을 불렀는데, 연주가 끝나고 수 차례의 앙코르후에도 청중들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기립박수를 계속하는 모습은 가위 감동적이었다. 오페라 아리아에서 연극·미술적인 요소를 배제한 음악적인 요소만으로는 곡의 정서를 완전히 청중에게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홍혜경이 부른 이날 밤의 아리아는 음악적 요소만으로도 청중으로 하여금 모든 상상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그의 노래에는 곡이 갖는 시대성과 극중 인물의 성격이 너무나도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실제 오페라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키게 했다.
이를테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중 수잔나가 부르는 아리아 「사랑의 기쁨이여 오라」는 고전적 간결성과 사랑을 그리워하는 아가씨의 마음이 풍부한 성량과 감정으로 노래되었는데 끊김없이 상승하나 결코 넘치지 않는 열정적인 에너지와 순간 순간 고음의 피마니시모 안에서 머무르는 고도의 절제가 너무나도 유연하게 이어져 고전음악의 맛을 한껏 즐기게 했다. 로시니, 구노, 푸치니의 아리아에서 보여준 낭만음악의 멋 또한 고전과 달리 열정적이고 풍부한 노래였는데 신체의 어느 한 부분에 의존하지 않고 온몸 전체를 통해 내는 소리는 청중으로 하여금 귀로만 듣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워 온몸으로 들어야 할 만큼 감동적이었다.
리릭(서정적)소프라노인 그는 화려한 기교에 음악의 중심을 두기보다 힘에 바탕을 두고 풍부한 힘안에서 기교를 포용하고 있다. 고음에서의 유연한 이동과 보통 성악가의 호흡으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오랫동안 지속되는 고음은 청중들을 숨죽이게 했다.
이날 연주에서 베르디의 아리아를 듣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언젠가 고국의 오페라 무대에서 아리아나 가곡 뿐 아니라 그의 모든 것을 볼 날을 기대해 본다. 배상환<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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