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군 왕산 약모밀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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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가을에는 산꼭대기부터 차츰 산아래쪽으로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대관령을 넘어 거의 다 내려올 즈음이면 오른편으로 성산마을이 있고 삽당령을 넘어 임계를 경유해 정선으로 이르는 길이 이어진다. 오봉댐을 지나면 다시 우측으로 강릉시민의 식수원 역할을 하는 왕산골의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쪽 산길을 따라 주변 산악의 때묻지 않은 경관을 구경하면서 달리노라면 왕산면대기리가 나온다. 옛날이름은 한터. 공기가 맑고 물이 좋아서인지 식용산채나 한약재로 쓰이는 산초가 많이 자란다. 그중에서도 세인들의 관심을 끄는 약초가 삼백초과의 약모밀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분포지역은 제주도·울릉도등 해안도서와 따뜻한 남부지역이지만 이곳 산간에서도 자라난다. 연중 피어오르는 짙은 산안개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본사람들은 이 약초를 일러 「도쿠다미」라하고 중국인들은 이 풀을 「어성초」라 부른다.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나지만 휘발성이 있기 때문에 건조시키면 냄새는 다 사라진다. 꽃잎대신 네개의 하얀 꽃받침이 십자형으로 자리잡고 있어 일명 십자풀이라고도 불리며 6∼7월께에 꽃이 핀다. 이때부터 10월사이에 잎을 줄기째 채취하는데 꽃이 피는 6∼7월이 제일 좋다. 생기 넘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채취한 약모밀은 다른 차를 만들때와는 달리 햇별에 2∼3일정도 말린다. 그리고 잘게 썰어 습하지 않고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보관했다가 틈틈이 끓는 물에 넣고 3분가량 우려내 마시면 된다. 맛은 보리차와 비슷하나 약간 옅다.
약리작용으로는 고혈압·동맥경화·신경통·중풍·변비·폐질환·관절염 등에 좋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변비·혈압·방광염에 탁월한 약효가 있다. 건조시켜 차로 복용하는 외에 축농증·치질·무좀·독충에 물린 경우 약모밀 생풀을 짓찧어 환부에 붙이기도 한다. 약모밀차는 향림약초원(0391-646-0593)에서 제조·판매하는데 우체국 우편주문판매제도로 구입할 수도 있다. 2백인g 한봉이면 5인가족이 두달정도 끓여 마실 수 있다 한다. <연호택·관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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