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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40년…국악의 세계화 모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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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악의 현대화 및 세계화, 그리고 남북음악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예술대상을 차지한 황병기교수(이화여대).
『상복이 없는게 내 특징들 가운데 하나였는데 이렇게 영광스런 큰 상을 받게돼 내 특징 하나가 없어진 셈』이라며 활짝 웃지만, 사실상 그는 일부 단체가 주는 상을 거절했을 정도로 나름의 원칙과 이름을 지키는데 남달리 철저한 예술가로 유명하다.
가야금 연주자이자 작곡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그의 이름에서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범민족통일음악회(90년 10월·평양)에 참가했던 서울전통음악연주단 대표의 이미지다.
분단사상 최초로 이뤄진 민간차원의 남북문화교류라는 사실 때문에 그야말로 전국민적 관심사였던 이 행사에서 그는 연설하고 성명을 발표하는등 남측대표의 역할 외에도 자신의 가야금 독주곡 『비단길』을 연주했다.
이어 송년통일전통음악회(90년 12월·서울)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그는 평양민족음악단을 초청, 또 한차례 민족음악축제를 여는데 큰 몫을 해냈다.
계속해서 91년 3월 일본의 민단과 조총련이 공동주최한 동경「한겨례 음악회」에서 소프라노와 오키스트라를 위한 작품『우리는 하나』를 발표하는등 음악을 통한 남북의 만남으로 민족분단의 장벽을 낮추는데 앞장서고 있다.
또 최근에는 미국의 유명한 음반사 아르카디아레코드가 그의 창작곡들을 수록한 콤팩트디 스크『비단길』『산운』을 펴내 현대국악의 세계화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는 「접신의 경지」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가야금연주에도 빼어나 91년에는 문화부가 파견한 유엔가입기념 문화사절단으로 미국·일본·폴란드·체코·오스트리아·이탈리아·포르투갈 등 세계각국 순회연주에 참가했다.
이렇듯 작곡가이자 가야금연주자로서 눈부시게 활약해온 그는 「연주와 작곡을 통한 기여도를 따져볼 것도 없이 그가 국악계에 뛰어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국악계를 위해 큰일한 셈」이라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왜곡·굴절된 민족문하사에서 취약해질대로 취약해진 국악에 대한 인식이 「서울대출신 법학사의 화려한 외도」덕분에 크게 달라졌다는 뜻이다.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한지 어언 40년, 작곡에 손댄지 30년을 맞았으니 그간의 국악생활을 좀 정리해야겠습니다. 김윤덕선생께 배운 정남희제 가야금산조라든지, 정악중 가야금독주곡들을 곧 음반으로 펴낼 계획입니다.』 그는 이미 93년도 공연 및 국제음악행사 참가일정까지 잡혀있어 늘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만 『남북음악인들이 제3국아닌 한반도에서 좀더 자주 만나 통일 분위기를 지속·고조시키는데 한몫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는 보람』이라는말로 남북음악교류에 대한 관심과 열의를 드러낸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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