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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사태」때 치안국장 채원식씨 |자격증 20여개…신분야 도전 계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김신조와 채원식(66).
68년「1·21사태」의 주역중 한 사람인 김씨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지만 당시 치안국장 (현 경찰정장)이었던 채씨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채씨는 68년 1월21일 새벽4시 게릴라들의 침투목표가 청와대라는 판단을 고위 군수책임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내리고 경호실장·중앙정보부장·육참총장을 깨운 장본인이며 사태 이후 박 전대통령 주재하의 대책회의에도 참석하는등 1·21사태에 시종일관 관여했다. 그러나 채씨는 1·21사태에 대한 지휘책임을 지고 그해 공직을 그만 뒀다.
채씨는 변호사로 최근 경기대 도서관에 2만여권의 장서를 기증해 작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증한 책들이 매우 다양하던데요.
▲법률관련 전문서적들 말고도 경영·정치·역사·문학서적등이 골고루 들어있습니다. 이것 저것 손을 대다보니 책도 여러 종류를 모으게 된 것 같습니다(채씨는 측량기사자격증을 시작으로 사시·행시 양과 합격을 비롯, 갑종화약류 취급면허·변리사·공인노무사등 20여개가 넘는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또 경북대법대졸업을 비롯,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등 13개 대학에서 공과·정책과학·국제학·경영학·정치학·신문학대학원을 다녔다).
얼마되지 않는 기증서지만 아무쪼록 우리 젊은이들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것 저것」하기가 힘들지 않았습니까.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열네살때 탄광부를 했습니다. 이듬해 측턍기사 자격증을 받고 그 다음해 화약류 취급면허를 따내니 월급이 서너배이상 뛰었습니다. 이때 자격증이 곧 돈이요 「인생보험」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생보험을 늘려가는데 힘들 턱이 있습니까. 아주 기쁜 마음으로 공부했습니다. 벌써 수십년째 하루를 일·공부·수면등으로 삼분해 8시간씩 나눠쓰고 있습니다.
―따낸 자격증의 성격이 각각 크게 다른 것들도 있는데 새 분야에 대한 적응이 어렵지 않았습니까.
▲에디슨은 전기도 발명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도 있는데 남이 써놓은 글을 이해하지 못할 까닭이 없습니다. 물론 새분야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이해가 될때까지 읽고 또 읽으면 끝내 풀리게 돼 있습니다.
요즘에는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클레멘스톤의 말을 전해주고 싶군요. 「사고가 변하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면 습관이 변하고, 습관이 변하면 인격이 변하고, 인격이 변하면 운명이 변한다」고 말입니다.
―하루16시간 일하고 공부하려면 체력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원래 건강은 좋은 편입니다만 매일 아침 새벽3시에 일어나 냉수욕을 하고 6시까지 공부합니다. 6시부터 30분간 체조등으로 몸을 단련합니다.
젊을때는 도장(유도7단·검도2단)에 열심히 나갔는데 지난 86년 심장수술을 받고난 뒤로는 골프 등 가벼운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새로 도전하는 분야가 있습니까.
▲자격증 취득은 지난 84년 노무관리사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심장수술을 받은 후 부터는 자격증 취득보다는 인생 후배들에게 성공적인 삶을 쟁취하는 자세를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 모두가 각 분야의 「사장」이 돼야 합니다(채씨는 『사장학』 『역전의 경영전략』등을 번역 혹은 저술했으며 현재 국제전략경영연구원·기업법률연구소등을 세워 「시간관리요령」「나의 1백만불 성공계획」「성공에의 마음가짐」등 이른바 「성공플랜」을 홍보하고 있다).
―「성공 인생」을 위해 자격증 말고 젊은이들에게 또 권할만은 것은 없겠습니까.
▲21세기는 특허의 시대가 되리라고 봅니다. 특정분야에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다 보면 자격증 하나만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뚫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때문에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젊은이라면 특허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1년에 한 건 정도는 실용화시킨다는 각오로 특허 따내기에 매달리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자격증을 「인생보험」으로 여기는 채씨는 자격증 때문에 진짜 목숨을 건진 일이 있다며1·21사태 당시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얘기 한 토막을 들려줬다. 당시 적 게릴라중 첫 부상자를 차에 태워 치안국으로 직접 데리고 온 채씨는 심문을 위해 무장해제를 시키려는 순간 게릴라의 허리춤에 달린 7발의 수류탄을 봤다. 부하직원 누구도 선뜻 수류탄 해제에 나서지 않자 채씨는 화약류 취급경험을 살려 오른손으로 6발의 수류탄을 제거하고 나머지 한발을 왼손으로 제거하다 안전핀을 놓쳐버렸다. 안전핀이 까진 수류탄을 건물내에서 마땅치 투척할데도 없어 채씨는 부하들에게 『피하라』며 2초의 여유를 주고 본인은 게릴라의 오른발 밑에 수류탄을 내려놓고 건물 코너로 몸을 피해 게릴라만 그 자리에서 폭사했다. 자격증이 목숨을 살린 순간이었다. <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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