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표류 이대로 좋은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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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장선거로 「티격」 개각싸고 「태격」/나라일 언제하나/대권욕심에 민생국회 외면/행정은 눈치보느라 일손놔
노태우대통령의 9·18선언이후 임기말 국정표류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정치권은 대의보다 당리당략의 포로가 되어 국정심의를 뒤로 미루고 있고 행정부는 중립내각구성과 대선의 향방에만 촉각을 곤두세운채 일손을 놓고 있다. 그 폐해는 즉각 국민·기업으로 번져 사회전반에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고 국가운영이 마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사회 각 주체가 중심을 잡고 대승적으로 대처해야 할 절실한 시점이다.
노태우대통령의 9·18조치직후 야당측은 즉각 「국회 정상화」를 표방했지만 정국경색과 국회파행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오히려 각 정당의 9·18이후 행태를 보면 풀린 매듭을 거꾸로 조여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국회는 거의 1년을 공전만 하고있다.
작년말 정기국회가 날치기와 몸싸움으로 끝난후 국회는 단 한차례도 정부의 업무부고를 듣지 못하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업무보고를 듣고 행정부를 감독·감시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국회의 기능은 우리에겐 머나 먼 얘기처럼 들릴 지경이다. 지난 14일 개회식을 가진 정기국회는 이미 열흘을 허송했지만 정상화시키려는 노력도,향후 잘 굴러갈 것이란 보장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정기국회는 12월 대선으로 회기 1백일을 60일쯤으로 단축운영할 수 밖에 없고,각 정당은 이미 그렇게 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정기국회야말로 시간이 없는 만큼 어느 해보다 쪼개고 아껴 밀도있는 국정심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좀처럼 정상적인 궤도를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국회가 겉돌고 있는 직접적인 원인은 각당의 당리당략이 국정심의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9·18조치이전까지 지방자치단체장선거문제로 대치하다가 한준수 전연기군수의 관권선거폭로사건으로 국회를 아예 표류시키고 말았다.
9·18 노 대통령의 중립내각 구성과 민자당 탈당선언은 한때 국회공전을 타개할 것으로 보였으나 여야는 곧 중립내각의 구성기준과 요건,국회상임위원장 배분문제로 서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만을 되풀이해 정국정상화가 지체되고 있다.
여기엔 노 대통령이 중립내각구성에 대한 개념과 이행전략 및 명확한 방향제시를 하지 않고있는 점도 큰 책임이 있다. 이 때문에 각당은 더욱더 해석상의 차이를 놓고 비생산적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각 정당은 대선을 의식한 전술전략적 측면으로만 문제해결에 접근하고 있다.
28일 3당 영수회담이 예정돼 있지만 현재 각 당에서 절제없이 쏟아져나오는 개각주장들을 종합해 볼때 모양새있는 타협을 기대하기는 극히 힘들게 돼있다. 한쪽에선 협의후 자신이 주도적으로 건의하겠다고 하고,한쪽에선 내각총사퇴후 노 대통령과의 4자모임에서 최종 결론지어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동안 관례에 따라 잘 정리돼 오던 상임위원장 배분문제 역시 「욕심」이 작용해 절충을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예산과 국정심의는 겉핥기에 그치고 민생이 외면당한채 무한경쟁의 대선전과 만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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