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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내일을 연다 자랑스런 한국인(1)「우리별」제작팀|우주산업 씨앗 뿌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최근 들어 한국인과 한국사회는 너무 비관적으로 자신을 보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는 구한말에 나타난 「총체적 위기의식.」도 지도자의 입에서 나오고 「민족 무기력론」을 거리낌 없이 외치는 학자도 있다. 4년전 올림픽을 치를 때 우리민족이 보여준 「진취적 기상」은 어느새 사라져「아시아의 용이 지렁이가 됐다」는 평까지 듣게 됐다. 지나친 비관과 자조는 무기력과 불안만 야기해 사회적 퇴행을 몰고 올지 모른다. 많은 부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지난 30여년간 한국은 유례 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만큼 국부도 커진 것이다. 전체가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전진해나간 결과다. 이걸 다시 살려내 스스로 신바람 나는 사회분위기를 일궈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신명나게 신바람을 일으킨 한국인과 조직을 찾아내 소개하는 새 기획시리즈 「밝은 내일을 연다, 자랑스런 한국인」을 연재한다.【편집자주】
「우리별」은 어느새 과학한국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성큼 자리잡았다.
최초의 우리국적 위성인「우리별」을 있게 한 그들 젊은 과학도들은 우리의 미래상에 밝은 신호탄이 돼주었다. 이들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인공위성분야에 혜성처럼 나타난 개척자며 또「브라보 한국인」이기도 하다.
지난 8월11일 아침 우리별이 지구상공 1천3백km 준원궤도에 진입한지 23일로 44일째.
1백10분마다 지구를 돌고 있으니 우리별은 그동안 5백70여 바퀴를 돈 셈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롭다. 예상보다는 휠씬 빨리 자세가 안정됐으며 보내온 몇 장의 사진도 제법 쓸만했다.
우리말 메시지를 위성으로 올려보내 다시 지구에서 듣는 우리말 방송시험도 거뜬히 해냈다.
우리별의 성공은 도전과오기의 정신으로 똘똘 뭉친 젊은 과학도의 멋들어진 팀웍의 개가였다.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센터의 위성지구국에 모여있는 우리별팀은 모두 21명. 영국 서리대 유학생으로 구성된 위촉연구원 9명, 센터소속 전임연구원 9명, 그리고 이황에서 파견된 3명 등이다.
우리별 탄생의 주역은 유학생팀으로 유상근(26)·김성헌·김형신·박강민·박성동· 장현석·최경일(이상 25세) 이현우(24) 민승현(22)씨 등이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24·7세. 모두가 한국과학기술대(현재의 과기원 학사과정)를 89, 90년에 졸업한1, 2회 동문들로 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소형 인공위성에 관한 한 독보적 명성을 갖고 있는 영국 서리대로 급파됐다.
서리대의 위성제작에 참여하면서 한국형 위성을 잉태하기 위한 준비를 하나씩 해나갔고 지난해 4월부터는 본격적인 우리별 제작에 착수했다.
박성동씨는 위성체의 수신부를, 제일 나이 어린 민승현씨는 송신부를 맡았고 이현우씨와 장현석씨는 자세제어부를, 최경일씨는 배선프로그램을 짜내고 전체 시스팀을 실험했다. 또 유상근씨는 지구사진 촬영시스팀을, 박강민씨는 언어방송이 가능한 디지틀 신호처리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개발했고 김형신씨는 보조기억장치부를, 김성헌씨는 원격명령과 원격검침부를 맡았다.
서리대학의 위성전문가인 밀러교수와 스위팅교수로부터 K1TSATA(우리별의 정식명칭:‥ KIT는 과기대, SAT는 위성을 의미)는 「가장 건강한 소형위성」이라는 찬사와 함께 『지독한 놈들』이라는 핀잔(?) 도 들었다.
여기에 김일태(34) 박찬왕·김광식·이종인(이상 33세) 이동우(32) 정성인·정용길(이상 28세)·김봉두·양한복(이상 25세)씨등 9명의 센터소속 연구원과 지난 8월1일부터 참여하고 있는 삼성종합기술원 김영안·박형원씨, 삼성전자 통신연구소 이동우씨(이상 26세) 등이 우리별팀을 구성하고 있다.
지금 이들은 우리별 1호의 운용기술터득과 함께 내년 8월 대전엑스포를 전후해 지상 8백km 궤도에 올려질 「우리별 2호」(KITSAT·B) 와 새 지구국 건설준비에 들어가 있다.
10월부터는 아직 서리대에 머물고 있는 남승일(32) 이서림(24)씨도 합류하게 된다.
2호기에서는 1호기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국산 부품과 국내 개발 시스팀을 되도록 많이 채용할 예정이다. 2호가 끝나면 유학생팀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중단한 박사과정을 마저 끝낼 예정이다.
그곳에서 다음 스케줄인 환경관측용 소형위성도 제작해볼 참이다.
발사 후 처음 한달간은 위성이 야간에만 한반도 주변상공을 지나가 연일밤샘을 하느라 애도 많이 먹었지만 요즘은 오후1시부터 새벽3시 사이에 지나가고 있어 근무조건(?)이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최순달교수(위성연구센터 소장)는『한국 우주산업의 씨앗인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주어져야 한다』며『희소한 2년에 하나씩은 위성이 발사돼야 이들도 신명이 나서 일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병역 문제도 누군가가 해결해 줘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만약 그들이 군대에 가버리면 모처럼 불불은 우주에 대하 관심도 식을 것이고 기술개발도 일시 정체되거나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센터 행정기획실장인 유평일교수는 『각자가 매일정리하고 있는「Post Launch Operation Book(우리별 운영보고서)」의 기록작업은 어느 누구도, 또 단 하루라도 멈춰서는 안될 것』이라며 걱정이 태산같다.
요즘 이들「자랑스런 한국인」들은 그동안 우리별 개발과 운용과정을 통해 겪은 체험담을 틈틈이 쓰고 있다. 금년 말쯤에는 이것을 모아『우리별 우주로』라는 책으로 내놓을 생각이다. 청소년을 비롯한 한국인 모두에게 그들의 꿈과 용기를 전하기 위해…. 【대덕=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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