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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결정은 오전에, 운동은 오후 4~6시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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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예부터 선인들은 인체를 하나의 우주로 보고 몸의 순리(順理)에 따르는 것을 최고의 양생법(養生法)으로 여겼다. 요즘 서양 의학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인체는 우주의 기운에 맞춰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자도록 설계돼 있으며, 생체시계의 침(針)이 옮겨가면서 체온ㆍ혈압ㆍ호르몬 분비 등이 변하므로 여기에 맞춰 생활해야 건강을 지킨다는 것.

생체시계에 따라 일과표를 짜고 생활하면 매사가 상쾌해지고 중년 이후 잔병치레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뇌가 활성화하는 아침에는 중요한 판단을 하고, 근력과 유연성이 증가하는 오후 4~6시쯤 운동을 하는 등 인체의 순리에 따르면 업무가 효율적으로 되고 자신감이 생긴다. 특정 질환에 취약한 시간이 있으므로 질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각종 동물실험 결과 생체시계와 관련 있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수명이 짧아지고 체중 감소, 백내장, 각막 이상 등 노화 현상이 나타났다. 거꾸로 캐나다 토론토대의 연구진이 햄스터의 뇌에 생체시계를 이식했더니 수명이 늘어나 세계 학계가 경악한 적이 있다.
의학자들은 생체시계 노화가 인체의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생체시계가 제대로 기능하고 여기에 맞춰 생활하면 피부가 탱탱해지고 뇌가 맑아지며 노인병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뇌에 생체시계, 온몸에 제2의 시계

생체시계는 뇌의 시신경교차상핵(SCNㆍSuprachiasmatic Nuclei)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미국 오리건 건강과학대 연구진은 부신(副腎)에 ‘제2의 시계’가 있는 것을 알아냈다. 의학계에서는 온몸에 이와 반응하는 작은 시계들이 있다고 해석한다. 일본의 과학자들은 배꼽에 있는 ‘배꼽시계’의 존재를 밝혀내기도 했다.
생체시계는 젊었을 때 24.5~24.7시간의 주기를 갖지만 배터리가 닳으면서 점점 짧아지고 노인이 되면 새벽잠이 없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회의 경제적 요구는 이런 자연적 생체리듬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지난해 독일의 뢰네베르크 박사가 독일인과 오스트리아인 4만 명을 조사했더니 이들의 생체시계가 실제 시간보다 최소 2시간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뢰네베르크는 이 현상을 장거리 여행에서 오는 시차에 빗대 ‘사회적 시차(Social Jet Lag)’로 명명하고 “이 시차가 크면 쉽게 피로해지고 질병에 취약해진다”고 경고했다.
의학자들은 사람이 수백만 년 동안 일출과 일몰에 맞춰 생활해왔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선 2003년 일본의 의사 사이쇼 히로시(稅所弘)가 쓴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한때 ‘아침형 인간’ 바람이 불었지만 미국에선 이전부터 이 같은 주장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에 대해 야행성 ‘올빼미형’도 장점이 있으며 개인별 특성을 무시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가중된다는 반론도 거세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스웨덴수면의학연구소의 랄프 파스콸리 박사는 “논란을 떠나 일찍 일어나면 부지런하고 생산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게 마련”이라며 “현실적으로 건강해지고 부유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생체리듬을 일정하게

아침형이냐 야간형이냐를 떠나 생체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술과 밤참은 단지 저녁시간을 빼앗기 때문이 아니라 유전자를 변형시켜 생체리듬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으므로 이를 피하도록 한다. 창이 없는 지하실에서 근무하며 햇빛을 덜 받으면 신체리듬이 깨져 건강에 지장이 오므로 가급적 일어나면 자연광부터 찾도록 한다.
야간근무ㆍ항공여행ㆍ수면부족 등이 우울증ㆍ졸림증ㆍ주의력장애 등을 불러온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으므로 수면환경이 변했을 때 이를 벌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말에 잠을 더 자는 것은 생체리듬에 독이다. 오리건 건강과학대 알 루이 박사는 “일요일 늦게 자는 습성이 ‘2시간의 시차’에 해당하며 신체리듬을 깨는 원흉”이라고 경고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21년 동안 교통사고 유형을 분석했더니 월요일에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가장 많으며 이는 신체리듬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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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일찍 일어나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장점이 훨씬 많다. 하루의 생체리듬을 일정하게 관리하는 데 특히 좋다. 다만 자신에게 뚜렷한 동기가 없다면 수면습관을 바꾸는 것이 금연만큼이나 실패하기 쉽다.
동기가 확실하다면 매일 15분씩 일찍 일어나고 15분씩 늦게 잔다. 일어나서는 15~30분 집 밖으로 나가 자연광을 맞으며 산책을 한다. 흐린 날에도 생체시계를 깨울 충분한 자외선이 있으므로 나가도록 한다.
밤에 일찍 자는 것이 힘들다면 멜라토닌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도 방법. 불면증ㆍ피로 등의 부작용이 있으면 수면 전문의를 찾는다.
이와 함께 자신의 신체와 인체 리듬의 특성에 따라 일과를 짜고 생활하면 몸이 확실히 바뀌고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주말에 고삐를 늦추어선 안 된다는 것. 주말에 30분 이상 더 자면 신체리듬이 원상태로 돌아간다.

이성주 객원기자ㆍKorMedi.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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