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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서 따먹는 햇과일″꿀맛〃|용인 밤, 영암 사과, 안성 포도, 동상 감, 가평 잣, 보은 대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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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선생님이 가위를 들고 검붉은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린 덩굴로 다가가 포도 한송이를 잘라내자 어린이들이 신기한 듯 다가서며 포도알들을 살며시 만져본다. 포도덩굴 아래로 조심조심 몰려와 이슬 머금은 포도송이를 신기한 듯 올려다보던 아이들 가운데는「야…」 하며 탄성을 지르는 아이도 있다. 굵은 포도알들은 어린이들 마음을 마치 알고나있듯 무엇인지 지난 얘기를 속삭이고 있었다…』
선생님을 따라 경기도안성으로 가을소풍을 다녀온 서울어린이의 일기장 내용이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가까운 교의에 나가 사과·포도·배·밤·대추·호두등 과일이 무르익은 모습을 감상하는 것은 잠시 도시를 떠나 자연에 탐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특히 가족이나 친지·직장동료들끼리 햇과일 따는 나들이를 위해 농촌을 찾는 것은 수확의 기쁨 외에도 스트레스해소와 탐구학습 효과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결실의 참맛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은 농협중앙회가 선정한 전국의 관광농원 외에도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양주·가평·광주·안성을 비롯해 충남 천안·공주, 충북 보은·옥천, 강원 횡성, 전북임실·장수, 전남 영암·나주, 경남 남해·산청등 전국에 걸쳐있다. 특히 용인의 자연농원(02-745-0482)에서는 지난 85년부터 40여 만평의 밤나무단지를 개방,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있다.
사과는 조생종 쓰가루(아오리) 한상자(15kg)가 1만8천∼3만3천원선, 배는 장십랑이나 신고 중품 한 상자가 2만3전∼2만8천원 수준이지만 현지를 찾으면 그루당 2만∼5만원이면 수확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주말이나 여가를 활용, 자녀들의 학습을 겸한 농촌관광지로 알맞은 명산지들을 소개한다.
◇영암사과=전남영암지방이 새로운 사과명산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에서 사과가 처음 재배된 것은 지난 76년. 초당약품 김기운사장이 13만5천평 규모의 백제농장(0693∼72∼9681∼2) 을 조성, 농장장 임형택씨(48등 전문경영인·기술진을 투입해 과학영농을 실현한 후 지금 조생종사과인 쓰가루가, 9월말부터는 후지가 각각 출하된다. 가까운 곳에는 국립공원 월출산과 왕인박사유적지·대불공단이 있고 인근 해남 화원반도와 영암호 에서는 물막이공사와 함께 해양위락지·서다도해 관광단지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안성포도=포도는 전국적으로 숱한 산지가 있지만 안성포도를 능가하는 곳은 없다. 안성군서운면과 천안군입장면일대에 분포되어있는 안성포도는 크기와 맛이 단연 최고로 꼽히며 거봉·머스캣등 프랑스 원산이나 개량포도가 대종을 이루고있다.
안성에는 명물 안성포도즙을 개발한 박화용씨등 4형제가 개발한 5만여평의 가나안농장( 0334-72-9651)을 비롯해 송씨농장(화고72-9543) 홍씨농장(72-9155)등 대형 포도단지 외에도 고삼저수지·서운산등 주변에 명승지가 많다. 안성유기와 남사당패가 유명한 이곳에서는 오는10월8일에 민속축제도 열릴 예정.
◇동상곶감·감식초=전북완주·진안군의 경계를 이루는 운장산(1천1백26m)줄기에 묻혀 하늘만 빠끔히 올려다 보이는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에 가을이 찾아오면 온 동네와 산언저리를 붉게 수놓는 감나무가 장관을 연출한다. 동상감은 단맛이 진하고 씨가 없는 게 특색. 요즘에는 일손이 달려 기계로 감을 깎기도 하고 홍시를 묵혀 만드는 감식초 개발해 우편판매하고 있다. 곶감 대표농가는 동상면 사봉리 황조부락 김기동씨(0652-75-8039)며 감식초 개발자는 동상우체국장 김진갑씨(70-4327∼8).
◇가평 밤·잣=밤과잣은 전국 어디에나 있는 과일이지만 특히 경기도가평군일대가 예부터 명성을 떨쳐왔다.
가평의 잣나무숲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지만 면적도 전체임야의 70%를 웃돌고있고 축령산·화악산·명지산등 명산의 잣나무 숲은 전국최고의 명물로 꼽히고 있다. 가평 특산 밤과 잣은 가평농협(0352-82-2390∼2)에 대부분 집하돼 시판되며 인근 관광농가는 명지산 목동민박(0356-82-0037)이 유명하다.
가평에는 남이섬 유원지를 비롯해 수락폭포·산장유원지·청평유원지등 유원지도 많아 군락을 이루고있다.
◇보은대추=「대추가 수확돼야 보은색시 시집간다」는 말이 전할 정도로 유서 깊은 보은대추의 집산지는 보은읍과 삼승면. 그러나 병해에 약한 재래종은 점차 사라져가고 최근 수종 경신된 개량종 10여만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풍토·기후조건이 뛰어나 유달리 색깔이 붉고 맛도 좋은게 특징. 보은읍 성족리와 삼승면 우진리등지에 3만∼4만평의 대추농원을 갖고있는 대표농가 유관형씨(0433-2-2412) 등 수천, 수만평의 대추농장을 가진 농가가 많다. 월말께 본격 출하될 보은대추는 대부분 보은읍농협공판장(43-2412)과 속리산농협공판장(43-0494)을 통하지만 서울 롯데백화점등 전국 각지에서 직접 찾아오는 상인들이나 여행객도 있다.
◇천안호두=천안의 가을은 호두에서부터 익어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광덕마을을 둘러싼 태혁산 꼭두재 여기저기에 호두가 떨어질 때면 이미 가을이 무르익고 있음을 알게되기 때문이다.
천안에서 서남쪽으로18km, 좁은 포장길을 따라 광덕산을 거슬러올라가다 보면 우리나라 유일의 「호두단지」에 이른다. 누렇게 물들어가는 벼이삭에 고개숙인 조·수수밭으로 둘러싸인 이곳엔 모두 1백여채의 아담한 촌락이 있고 주민들은 약간의 논밭과 호두나무에 의지해 수백년을 살고있다.
선경계열의 서해개발(0417-567-0106)과 대표농가 이영세씨농장(567-0374), 오인환씨농장( 567-0189)을 중심으로 연간 1백t이상 출하되는 호두도 풍작이어서 지난해보다 10%정도 증수가 예상된다는 것이 현지 소식. 천안에서 이즈음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별미는 성환개구리참외. 비타민이 많고 당뇨병에 좋다는 소문이 나있다. 천안에서는 독립기념관을 비롯해 현충사·온양온천등을 둘러볼 수 있다.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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