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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거」시련속 4돌맞은 헌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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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헌법소원 등 천2백건 처리/4년동안 무슨 일 했나/잇단 「위헌」결정 긍정평가도 많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연기 헌법소원심리를 놓고 출범후 최대시련을 맞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19일 개소 4돌을 맞았다.
「6공화국 최고의 자랑거리이자 최대의 부담」이라고 일컬어져온 헌법재판소는 이제 대통령과 국회의장을 피청구인으로 하는 단체장선거 연기사건·국회날치기사건 등 정가초미의 관심사가 된 2건의 정치적 행위를 사법적으로 풀어야 하는 부담을 떠안음으로써 국민의 신뢰와 함께 헌재 스스로의 존립기반을 지켜야 하는 기로에 섰다.
헌재는 개소후 올 8월말까지 위헌법률심판 2백46건 및 1천94건의 헌법소원 등 모두 1천5백26건을 접수,위헌법률심판 2백32건과 헌법소원사건 7백58건 등 1천2백1건을 처리해 78.7%의 높은 처리율을 보이고 있다.
이중 위헌결정 28건을 비롯,▲헌법불합치 2건 ▲일부 위헌 5건 ▲한정위원 3건 등 38건의 위헌성 결정을 내렸으며 ▲한정합헌 7건 ▲합헌 1백39건 ▲소원인용 16건 등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역사가 짧은만큼 일반인은 물론 법조계의 인식도 약해 위헌심판사건의 6.5%와 헌법소원사건의 63.2%는 위헌심판의 문턱을 넘어서지도 못한채 각하되기도 했다.
헌재는 그동안 행정부와 입법부는 물론 최고법원자리를 지켜온 대법원과의 숱한 마찰과 견제속에서도 잇따른 위헌결정으로 국민들 사이에 헌법수호의지의 불씨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헌재는 올들어서만도 4월14일 국가보안법의 일부죄(찬양·고무 및 불고지)에 대한 구속기간 연장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려 「사법부의 성역」으로까지 불리던 국가보안법에 대해 첫 위헌결정을 내렸는가 하면 제14대총선 선거운동기간중 3월13일 무소속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규정된 국회의원선거법에 대한 신속한 한정위원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헌재는 88년 접수된 공무원 노동쟁의 금지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을 비롯,▲국회날치기 통과사건 ▲안기부의 설치근거가 된 정부조직법 헌법소원 ▲국무총리 서리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80년 해직공무원 보장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헌법소원 ▲토지초과이득세 헌법소원 등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사건심리를 해를 넘겨 방치하는가 하면 단체장선거사건에서는 심리지연을 넘어 심리회피 인상마저 주어오고 있다.<권영민기자>
◎변 재판관 사퇴로 갈등 표출/“주심 사퇴”선언의 배경/신속한 심리 노력 좌절,항의의미
헌법재판소 변정수재판관이 18일 헌법재판소사상 초유의 주심사퇴서를 조규광헌법재판소장에게 제출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연기 위헌확인 헌법소원사건을 둘러싸고 내연돼왔던 헌법재판소 내부갈등이 표면화됐다.
변 재판관은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 사건 1차변론이 청구인 불출석과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파행진행된데다 2차변론 기일까지 지정돼 심리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곧바로 조 재판소장에게 이 사건 심리에 있어 더이상 주심으로 할 일이 남아있지 않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변 재판관이 그동안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 이번 사건을 맡은 뒤 곧바로 헌법연구관 3명을 동원,관련학설과 자료를 검토해 평의보고자료를 작성한뒤 평의에 부치는 등 신속한 심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음에도 다른 재판관들의 신중론에 부닥쳐 사건심리가 지연되자 신속한 심리진행을 촉구하고 심리지연에 항의하는 뜻으로 주심사퇴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헌법재판소에서 가장 많은 위헌론을 개진,위헌심판의 상대격인 행정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온 변 재판관의 이번 주심사퇴는 단체장선거 연기사건에서 심리진행에 관한한 주심의 의견이 십분 존중돼왔던 관례와는 달리 동종사건을 4명의 재판관에게 분산배당한 관행파기가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변 재판관은 측근들에게 『이번 사건 심리에 변론이 진행되기 되면 올해안에 마무리되기는 힘들다』며 변론기일 지정자체에 반대해오다 다수결에 의해 변론기일이 지정되게 되자 ▲소원사건 접수 ▲주심분산배당 ▲변론기일 지정 ▲참고인 지정 ▲변론지연의 순을 밟아 해를 넘겨 심리가 지연돼온 「국회날치기사건」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을 우려해왔다는 것이다.
여소야대시절 당시 평민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변 재판관의 주심사퇴는 헌법재판소장의 사퇴서 반려,또는 주심재배당 등 법률적인 절차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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