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젠 행정선거 그만”/자성목소리 공무원 사회서 더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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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선심공사·시책홍보 봇물/포괄사업비·관조직 여 지원등 잡음/“획기적 내무행정 개선” 여론
충남 연기군 관권부정선거에 대한 검찰의 해명성 축소 수사에 비판여론이 거센 가운데 공명선거를 위해서는 선거 관련 내무행정에 획기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는 검찰 수사로 비록 조직적인 관권개입의 의혹이 벗겨지지는 않았지만 고질적인 행정선거 사례가 적잖이 드러난데 따른 것으로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조차 『행정선거에 더 이상 동원될 수 없다』는 자성과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지방행정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확인된 관권행정선거 형태로 ▲행정조직의 여당 선거운동 활용 ▲선심행정 ▲예산의 무원칙한 집행 ▲불필요한 선거행정 등을 꼽고 이것들은 행정조직의 정상적 업무범주나 기관장의 재량권을 벗어난 것이지만 대부분 선거때마다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괄사업비의 경우 통상 군당 1∼2건의 주민숙원 사업을 위해 도지사가 포괄사업비를 배정하면 군수가 자신의 포괄사업비를 보태 사업을 시행하도록 되어 있으나 연기군에서는 총선 한달전인 2월21일 군수 한준수씨가 황룡선 도로공사 사업비로 배정된 지사 포괄사업비 2억원을 임의대로 13건의 소규모 「선심성」사업에 썼다.
사전 배정시비를 일으켰던 내무부의 특별교부금도 선거직후(4월5일)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업 선정과 선거용 홍보를 위해 그 규모가 사전 내락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의 경우 3천5백억원이 넘는 특별교부금은 27개 시책사업에 대부분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까지 그 사용 내용이 공개된 적이 없어 선거때만 되면 선심사업 시비를 일으켜 운영개선이 요구돼왔다.
또 한씨가 군청직원,읍·면장 등을 시켜 작성했던 득표예상보고서·부동표 현황 등도 12대총선 때까지만 해도 내무부가 실제로 행정계통을 통해 전국적으로 파악했으며 일선 시·군에서는 아직도 여당의 선거자료로 수집·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의 위성도시에 근무하는 한 동사무소 직원은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선거때만 되면 상급기관으로부터 시책홍보 등 이런 저런 지시사항이 갑자기 많아지고 무슨 공사가 그렇게 한꺼번에 터지는지 모르겠다』며 뿌리깊은 행정선거 분위기를 개탄했다.
따라서 관권행정선거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이같은 내무행정의 폐습·미비점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안청시교수(정치학)는 『연기군 사태는 사회변화와 국민의식을 뒤따르지 못하는 행정조직의 타성이 빚어낸 사건』이라며 『공무원 조직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의 각성과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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