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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집념에 하늘도 감동한 듯 '이상 기후'가 도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월 31일 현재 히말라야 원정대는 모두 철수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는 5월 중순까지도 전 세계에서 몰려온 30여 개의 등반팀이 바글거렸다. 그러나 지금은 적막함만 흐르고 있다. 히말라야 전체를 통틀어 로체샤르.로체 남벽 원정대만 남아 있다.

히말라야에는 5월 중순부터 아라비아해의 몬순(계절풍)이 불기 시작한다. 매일 엄청난 양의 눈이 내리기 때문에 등산은커녕 입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5월 말이면 네팔 쪽 히말라야에는 일반 트레커들의 발길도 뚝 끊어지게 마련이다.

3월 19일 서울에서 출발한 로체샤르.로체 남벽 원정대는 예정대로 3월 29일 해발 5220m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했다. 원정대는 예정보다 1주일이나 이른 4월 4일에 캠프 1(5900m)을 설치했다. 몬순이 오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로체와 로체샤르 모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캠프 2(6800m) 설치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엄청난 눈사태와 스노 샤워(Snow shower.눈사태보다 작은 규모)가 원정대를 괴롭혔고, 낙석은 생명을 위협했다. 4월 30일 겨우 캠프 2를 구축한 원정대는 캠프 3(7400m) 설치에도 애를 먹어 오히려 보름 이상 일정이 늦춰졌다. 베이스캠프에서는 '정상 도전 시도도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5월 하순에 접어들었는데도 유독 로체 베이스캠프 주변만 몬순이 오기전의 날씨로 돌아간 듯 일주일 이상 쾌청한 상태가 계속된 것이다. 포기할 줄 모르는 엄홍길 원정대장의 집념에 하늘도 감동한 듯 '이상 기후'가 이어졌고, 5월 마지막 날 정상 등정이라는 믿지 못할 소식이 전해졌다.

로체=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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