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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상한제 앞두고 분양 일정 앞당기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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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9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주택건설업체들이 신규 아파트를 쏟아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를 대폭 낮춰야 하는 것은 물론, 각종 규제가 늘면서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해 분양 시기를 앞당기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9월 이전에 분양 계획을 잡아놓고도 지자체의 반대로 분양 승인을 받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계획보다 부쩍 늘어난 5월 주택분양=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주택건설업체들이 분양을 앞당기면서 5월에만 4만 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이 분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5월 공동주택 분양실적 및 6월 계획'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입주자 모집공고가 난 공동주택은 4만15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4월 말에 파악됐던 5월 분양계획(3만9451가구)을 1.8% 초과한 것이다. 4월의 경우 실제 분양은 1만5902가구로 계획물량(3만1844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쳤으며, 3월에도 계획 대비 70% 정도만 분양됐었다.

건교부 김종신 팀장은 "서둘러 분양에 나서는 주택건설업체들이 늘면서 당분간 분양물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건교부가 취합한 6월 분양계획은 4만6967가구로 5월 실적보다 17%가량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2만4657가구로 지방(2만2310가구)보다 많다.

◆비상 걸린 주택업체=경기도 양주시 고읍지구에서 중대형 아파트 3435가구 분양을 준비 중인 우남건설 등 5개 업체는 분양 시점을 애초 예정보다 두 달가량 앞당겨 7월 중순에 실시할 예정이다.

우남건설 허재석 차장은 "분양가 상한제 이후에 분양하면 값싼 아파트들과 분양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건설은 울산에 준비 중인 2770가구의 중대형 아파트 분양 시기를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바로 직전인 8월로 잡았다. 월드건설 조영호 상무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고품질로 준비했던 설계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분양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 일정을 앞당겨 놓고도 분양 승인이 나지 않아 애태우는 업체들도 많다. 경기도 용인시는 현대건설이 제출한 상현 힐스테이트(38~84평형 860가구)의 분양승인 신청안을 최근 반려했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분양가(평당 평균 1690만원)가 인근 기존 아파트 시세(평당 1300만원 안팎)보다 크게 높다는 이유에서다. 용인시는 분양가 상한가 자문위원회에 분양가 검증을 의뢰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분양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 인천시 남동구 소래 인근에서 에코메트로 2차(34~75평형 4226가구)를 분양할 예정이었던 한화건설은 단지 내 학교를 업체 측 부담으로 지으라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요구 때문에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김준현.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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