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윤 6단(울산 디아채) ●허영호 6단(영남일보)
초읽는 계시원이 "마지막 30초. 하나, 둘…"하고 재촉할 때도 그는 태연했다. 속기에 단련된 일류 기사들은 일곱이나 여덟에 착수해도 늦는 법이 없으니까. 강동윤은 '일곱'하는 소리가 들렸을 때 백2로 몰아 흑 두점을 잡았다.
돌을 든 손이 흑2 자리에 멈췄을 때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수는 자충수라는 것을. 가슴이 철렁한다. 손이 아직 판에서(돌에서)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다시 놓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손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번 떨어진 돌을 다시 거둬들인다는 것은 바둑을 배울 때부터 금기사항이었다. 프로바둑은 오직 일수불퇴이고 '무르기'란 없는 것. 더구나 초읽기는 '여덟' '아홉'하고 급히 쫓아온다. 강동윤은 차마 손을 거두지 못하고 그대로 착수한다.
순간 흑3이 에누리없이 떨어진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이 한 수로 싱싱하게 살아있던 백△ 두 점이 사망했다. 생때같은 두 점이 잡히면서 이 판은 결국 백이 '반집'을 졌다.
울산 디아채는 에이스 강동윤이 지면서 1승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 영남일보와 2대2까지 팽팽하게 맞서다가 막판에 져 2대3으로 패배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판의 반집, 아니 백2에서 멈춘 손을 다시 들어올리지 못한 것이 끝내 패배로 이어졌다. 백2를 두기 전에 A를 선수했으면 이판은 그대로 백승이었는데 말이다.
참고도=두 점을 살리겠다고 백1,3으로 두어봐도 흑4로 그만이다. 백△가 왜 자충수인가를 한눈에 보여준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