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성·살포」진술내용 큰 차/베일 못벗기는 「관권선거」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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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8천5백만원 폭로,천만원 확인 조성액/읍면장들 부인 6백만원만 규명 살포액/공무원 반발의식 검찰 소극적 태도
한준수 전연기군수가 양심선언을 통해 폭로한 관권선거자금 8천5백만원은 어떻게 조성돼 어디에 사용됐는가.
이종국충남지사와 임재길민자당연기지구당위원장 등 핵심인물들이 관련사실을 대부분 부인하고 서로의 진술이 엇갈려 선거자금 진실규명이 사건을 푸는 중요한 고리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사에서 드러난 자금조성·살포경위를 추적해 본다.
◇선거자금 조성=한씨가 폭로한 선거자금 조성내용은 ▲이 지사가 3차례에 걸쳐 준 2천만원 ▲임 위원장이 준 2천5백만원 ▲자신이 조달한 1천만원을 포함한 군자체 조달자금 4천만원 등 모두 8천5백만원.
그러나 이 지사는 3월15일 도지사 방에서 「격려금」 1천만원을 수표로 준 사실만을 시인했을뿐 3월4일 조치원읍 동남파크여관 204호실에서 5백만원,3월18일 충남도 김흥태내무국장을 통해 5백만원을 주었다는 한씨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또 임 위원장은 『한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을 준 사실은 없다』고 폭로내용을 일축했다.
이에 대해 한씨는 총선전 선거자금 조성·살포계획 안을 각각 2가지로 마련한 뒤 임 위원장과 협의를 갖고 2천5백만원을 건네 받았다고 상반된 진술을 했다.
군 자체 조달자금 4천만원의 조성과정도 현재로서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는 상태.
연기군 내무과장 홍순규씨와 건설과장 조준창씨는 한씨와의 대질신문에서 자신들이 각각 1천만원과 2천만원씩을 마련해 주었다는 한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한씨는 자신이 부인을 통해 빌려 조달했다는 1천만원에 대해서도 검찰조사 과정에서 5백만원은 임씨로부터 받았다고 진술을 바꾼뒤 12일에는 김영삼민자당대표의 비서진으로부터 1백만원을 받아 자신이 조성한 돈은 4백만원이라고 밝혔다.
또 연기군이 총선전 집중사용한 군정보비 1천9백만원·판공비 6백만원 등 2천5백만원이 한씨가 폭로한 선거자금에 포함된 것인지 분명치 않고 군 조달자금에 포함된 5백만원과 임씨로부터 받았다는 2천5백만원이 별도의 돈인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자금살포=한씨는 양심선언에서 총선 직전인 3월19일,22일 두차례에 걸쳐 7개 읍·면 1백96개 마을에 10만원씩 1천9백60만원,7개 읍·면내 2천1백74개 특별관리 세대에 3만원씩 6천5백22만원 등 모두 8천4백82만원을 뿌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내무부 특별교부금으로 충당한 선심사업비 12억원도 읍·면 숙원사업에 사용했다고 폭로했지만 선거자금 8천4백82만원과는 별개다.
그러나 검찰조사 결과 확인된 살포금액은 7개 읍·면장이 「격려금」으로 10만원씩 받았다고 인정한 70만원과 영세민 1백97가구에 3만원씩 나눠준 5백91만원 등 모두 6백61만원에 불과,한씨 폭로내용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선거자금의 사용처가 거의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은 중간전달 책임자인 읍·면장 등 하부조직이 「보신」차원에서 부인하기로 말을 맞췄기 때문인 것으로 수사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보다는 검찰이 대선을 앞두고 지방관료 조직의 집단반발 등을 의식해 행정계통에 의한 조직적인 금품살포를 적극적으로 파헤치려는 의지가 없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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