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울포위츠 후임 세계은행 총재에 '부시의 남자' 졸릭 지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30일 로버트 졸릭(53.사진) 전 미 국무부 부장관(현 골드먼 삭스 부회장)을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다른 나라들이 졸릭 전 부장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집행이사회는 부시 대통령의 뜻을 존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졸릭은 여자친구 특혜 스캔들로 총재 직에서 물러난 폴 울포위츠의 후임으로 일하게 된다. 세계은행의 지분 16%를 보유한 미국은 대주주로서 이 은행의 총재 직을 계속 자국인에게 맡겨왔다. 졸릭은 '부시 가문의 사람'으로 통한다.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1989~92)이던 시절 국무부 차관과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냈다.

당시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을 보좌하면서 소련 붕괴와 독일 통일 등 냉전시대를 마무리하는 역사의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소련.동유럽 담당 선임국장이던 콘돌리자 라이스 현 국무장관과도 호흡을 맞췄다.

졸릭은 2000년 부시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 그의 캠프에서 외교 분야 자문에 응했다. 2001년 1월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4년간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맡아 중국과 대만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를 정리하고, 싱가포르.칠레.호주.모로코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매듭지었다.

2005년 1월 부시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국무부 부장관으로 이동, 라이스 국무장관 아래에서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다시 설정하는 일에 주력했다. 그는 중국에 국력이 커진 만큼의 위상을 인정하는 대신 중국을 국제사회의 '이해당사자(Stakeholder)'라고 부르며 경제.외교 분야 등에서 이에 걸맞게 책임 있는 행동을 선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가 지난해 6월 국무부를 떠나 골드먼삭스의 국제상거래 분야 부회장으로 옮기자 중국 외교부는 "중.미 양국의 신뢰 증진을 위해 적극 노력한 인물"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졸릭은 스워스모어대와 하버드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공공정책학 석사학위도 받았다. 85년 재무부 공무원으로 관계에 입문, 국제 관련 업무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그래서 국가 간 이해관계를 잘 조정해야 하는 세계은행 총재에 적임자라고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은 말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후진국 개발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무능과 비효율.부패를 노출한 세계은행의 각종 문제를 25개 이사국과 잘 협의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게 졸릭의 과제"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