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지 마라" 통큰 송년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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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만든 엔씨소프트는 23일 오후 11시부터 24일 오전 5시까지 서울 롯데 잠실월드를 전세냈다. 폐장 이후 전직원과 가족 9백40여명을 초청해 송년 행사를 하기 위해서다. 놀이기구를 타는 것은 물론 시설 내 식당에서 먹는 것도 모두 공짜다.

올해 매출액 1천5백억원을 바라보는 중견 규모 기업이 초대형 송년 행사를 하는 것이다.

사내 행사를 통 크게 하는 IT업체가 많다. 놀이공원을 빌려 송년 행사를 하거나 대형 공설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한다. 특히 올해 전반적인 불황 속에 나홀로 호황을 누렸던 인터넷 기업들이 큰 시설을 단독으로 빌려 행사를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정도의 송년 모임을 했던 것과도 대비된다.

유.무선 인터넷 콘텐츠 업체 다날은 지난달 잠실 보조경기장에서 직원 체육대회를 했다. 축구장에 4백m 육상 트랙까지 있는 곳이라 직원 1백40여명과 가족들이 왔지만 텅 빈 느낌이었다고 한다. 다날 관계자는 "벤처지만 직원 1인당 생산성이나 매출 대비 순이익률로 볼 때 대기업보다 못할 것이 없다"며 "잠실 보조경기장처럼 큰 공간을 전세내 행사를 하는 것은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지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4백40억원에 순이익 5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검색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23일 서울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곳 중 하나인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30층 1개층을 전부 빌려 회사 송년회를 연다. 이 송년회는 밤이 아니라 낮에 열고 퇴근 시간에 맞춰 끝낸다는 계획이다.

포털 다음도 오는 29일 송년회를 하기 위해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한 층을 세냈다.

엔씨소프트 김주영 팀장은 "20대 직원이 대부분인 IT 기업은 회식 문화가 없어 송년 모임 정도가 유일하게 직원들이 함께하는 자리"라며 "이 때문에 여유가 생긴 IT 기업들은 비용을 아끼지 않고 송년 모임을 통해 직원들이 일체감과 긍지를 느끼도록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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