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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확대 피하려 “핵심 우회” 인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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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검찰 「관권선거」수사 중간점검/정치자금법 관련땐 더욱 파문/공무원 개입 등 곁가지만 주력
충남 연기 「관권부정선거」 검찰수사는 4일부터 7일 오전까지 관계공무원 22명과 주민 2명 등 모두 24명에 대한 조사결과 격려금 수수·선심공세·선거관련 문서작성 등 한준수 전군수의 폭로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외견상 적극 수사태도를 견지하면서도 한씨의 소환조사 불가피성을 강조,한씨가 폭로한 이종국지사 및 임재길민자후보와의 금품수수 관계에 대한 수사를 우회한채 공무원의 선거개입 및 선심사업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듯한 인상을 주고있다.
검찰은 이 사건이 또다른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이나 거액 뇌물수수사건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위해 이 지사 및 임 후보의 자금출처·자금수수경위를 제외한 한씨의 기자회견 내용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적절한 시점을 택해 한 전군수 소환조사와 이 지사 등 고위공무원의 소환을 연결 처리한뒤 ▲종합적인 사법적 판단을 거쳐 ▲형사처벌범위를 정해 공소시효직전 기소를 마친다는 예정된 수순을 밟는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진행=한 전군수가 선거자금으로 썼다고 폭로한 군자체조달금 4천만원은 지금까지 조사결과를 토대로 볼때 1월부터 3월까지 사용된 군수포괄사업비 및 군정보비·판공비 등 군예산 1억9백12만원의 일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1백96개 마을에 각 10만원씩 뿌렸다』고 밝힌 폭로내용은 도지사 및 군수가 3월초 읍·면장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건네준 30만∼10만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수사진전에 따라 현재까지 드러난 80만원보다 총규모가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2천1백74가구에 가구당 3만원씩을 살포했다』는 폭로는 3월19일을 전후해 분배된 영세민 구호자금을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 또한 지금까지 조사된 영세민구호자금,또는 불우이웃돕기자금은 1백97가구에 5백91만원으로 역시 폭로내용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선심용사업은 한 전군수가 2월28일과 3월19일 두차례에 걸쳐 『임 후보가 어렵게 예산을 배정받았으니 읍·면별로 1억원 예산한도에서 숙원사업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했으며 5월 특별교부금 7억원을 배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군수가 관권개입의 증거로 제시한 「선거지침서」「선거지시 및 자금교부일시 및 내용」「자금교부내용 및 일정」 등 15종의 문건은 검찰조사결과 폭로내용과 흡사하거나 동일한 명칭의 선거관련문서 12종이 작성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관계공무원들은 이들 문건중 일부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폐기됐으며 나머지 문건도 군보고용이었을뿐 선거에 활용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어 일선 공무원들에게 선거법 위반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전망=검찰은 한 전군수의 자진출두가 늦어지자 한씨가 기자회견에서 금품살포 등 부정선거에 개입했다는 자백에 가까운 발언을 한데다 조사결과 관계공무원들에게 『여당후보를 지지하라』는 구체적 지시를 내렸으며 선거관련 문건 작성보고지시를 한 사실이 드러난 이상 자진출두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선거법 위반으로 강제구인한다는 방침을 굳히고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검찰은 한 전군수가 「양심선언」이란 방법을 통해 사건을 폭로한데다 공권력 강제집행이 어려운 국회내에 은신중인 점을 감안,이 사건 수사를 인지수사 체제로 전환해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데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검찰은 비록 수사정도는 아니나 법률적으로는 선거사범의 공소시효가 23일 자정까지로 급박한 한 점을 십분 활용,한씨에 대한 강제수사를 서두르지 않은채 적절히 시차를 조절,선거법 위반혐의를 인지한뒤 한씨를 도피중인 선거법 위반혐의 피의자로 간주해 공소시효를 6개월 연장시키고 동시에 피의자의 기소없이 공범의 공소시효가 중단되지 않는 「묘수」를 통해 한씨를 제외한 선거사범에 대한 처리를 정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엄정원칙수사」를 누누이 강조해온 검찰로서는 모양새 나쁜 「묘수」보다 한씨를 강제구인한뒤 이 도지사와 사법처리를 함께해 공소시효내에 사건마무리를 함으로써 축소수사의 비난과 사건의 확대를 피할 가능성도 엿보인다.<권영민기자>
◎「폭로」 후유증… 몸살앓는 연기군/뿌렸다는 돈 받은사람 없어 뒷말만 무성/낙선한 민주당후보 추가사례 찾기 분주
○…「관권부정선거」 폭로후유증에 충남도가 온통 뒤숭숭한 가운데 특히 연기군 주민·공무원들은 한 전군수가 증거로 내놓은 자료들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선심자금은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자신들의 이해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주민들은 「부동표」로 분류된 2천1백여가구에 3만원씩 회유용으로 뿌려졌다는 한 전군수의 주장에 누가 실제로 받았는지 아니면 중간에서 가로챈 것인지 등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분위기속에 「야당성향 인사명부」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지 않았는지 걱정(?)하며 서로 내놓고 말하기를 꺼리는 등 불신풍조가 고조.
○…총선을 사흘앞둔 3월21일 「영세민특별생계비」 명목으로 생활보호대상자 1백96명에게 1인당 3만원씩 지급됐다는 조치원읍의 경우 지원금을 받은 20명중 5명은 대상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군청과 읍·면사무소 공무원들의 동요하는 모습도 뚜렷해 한 전군수가 제시한 「군정활성화계획」「선심사업계획서」「득표예상보고서」 등 작성과 유관한 부서의 경우 언제 불똥이 튈지 가슴 졸이며 일상업무는 손놓은 상태.
특히 면과 읍의 경우는 3월19,21일 두차례에 걸쳐 7개읍·면 1백96개리에 10만원씩 살포됐다는 돈의 행방이 묘연해 뒷말이 무성.
○…동면의 한 전직이장(52)은 『돈이 뿌려졌다는 말은 들었으나 받지는 못했다』며 『대부분 이런 돈은 중간에서 새나가고 관내 동향보고 등은 엉터리로 작성되는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한 전군수의 양심선언으로 관권부정선거 사실이 드라나자 3·24총선때 연기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민주당 김준회씨(50) 사무실에는 일요일인 6일에도 부위원장 박휘서씨(50) 등 당원 5명이 나와 부정선거를 집중 성토하며 추가부정사례를 수집하느라 분주한 모습.
박씨는 『김 위원장이 전날밤 지구당 자체에서 파악한 관권개입사례를 정리한 문건을 갖고 중앙당으로 올라갔다』고 주장했으나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증거를 포착하지 못한듯 제시요청에는 불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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