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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선공약 '끝장 검증' 연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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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이 어제 대선주자들의 공약 토론회를 개시했다. 토론회는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후보 5인의 주요 공약이 무엇이며, 어떤 장단점이 있고, 어느 공약이 황당무계한지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분위기도 차분하고 진지했다. 그러나 토론회는 적잖은 한계를 보였다. 유권자의 삶에 구체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의문에 대한 탐색이 부족했다. 후보들은 장밋빛 언어로 공약을 포장했는데 경쟁 후보의 질문은 이런 포장을 걷어내는 데 깊이가 부족했다.

가장 많이 거론된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경우 환경.실효성과 함께 걱정되는 것은 전국적 부동산 열풍 우려다. 강물 따라 땅값이 솟구칠 염려가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악몽이 생각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추궁이 거의 없었다.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 공약에 대한 검증도 미지근했다. 세금과 정부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정부 기구.기능을 없애고 어떤 세금을 줄일 것인가 후보들은 매섭게 따졌어야 한다. 홍준표 후보는 경부고속도로를 복층화하겠다고 한다. '2층 고속도로'를 상상하면 어떤 면에선 대운하보다 더 가상(假想)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원희룡 후보는 근로소득세를 폐지해 4000만 중산층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이런 공약들은 날카로운 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토론회는 흐물흐물했다.

대선 공약은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과 효과.부작용을 검증받아야 한다. 미국의 대선주자들은 몇% 성장, 소득 몇만 달러, 일자리 몇백만 개 창출 같은 구호성 공약에 매달리지 않는다. 대신 감세는 어떤 방법으로 몇천억 달러를 하고, 낙태는 찬성.반대하며, 총기 소유규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생활밀착형 공약을 내놓는다. 어제의 토론회는 작은 시작이다. 정식으로 후보가 등록되면 당 밖의 중립적 단체가 주요 후보의 주요 공약에만 집중해 '끝장 검증'하는 방법도 연구해 볼 만하다. 행정수도 같은 허황되고 위헌적인 공약이 유권자를 속였던 일이 되풀이 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