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1970~ ) '짧은 낮잠' 부분
낮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꽃을 보내고 남은 나무가 된다
혼(魂)이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질 때가 있으니
오늘도 뒷걸음 뒷걸음치는 겁많은 노루꿈을 꾸었다
꿈은, 멀어져 가는 낮꿈은
친정 왔다 돌아가는 눈물 많은 누이 같다
(중략)
오후는 속이 빈 나무처럼 서 있다
꽃을 보내고 남겨진 나무가 되는 기분, 낮잠이 남겨놓은 낮잠의 그림자 같은, 혼이 나간 묘사가 절묘하고 기막히다. 낮꿈에서 눈물 많은 누이의 친정길이라니? 세상의 모든 그리움의 이름 누이여! 없는 누이는 없어서 더 그리움이 되는 시인에게, 낮꿈 아니라도 자주 보이거라.
유안진<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