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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논리…」출간 최창조씨|″「풍수」는 미신이 아닙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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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정통풍수」를 재정립하고자 서울대교수직을 미련 없이 버리고 재야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최창조씨(42)가 최근『땅의 논리인간의 논리』『터잡기의 예술』등 두 권의 책을 동시에 펴내 눈길을 끈다. 『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는 풍수가 미신이 아니며, 땅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하는 만큼 현대적 논리체계만 갖추면 환경보전·국토개발 등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최 교수는『풍수는 하늘과 땅과 인간의 총체적 관계를 유기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우리민족의 지혜로운 자연관이라고 규정한다.
그에 의하면 우리 풍수사상은 우리민족의 자생적 풍수지리 관에 신라 말엽 선종과 함께 들어온 중국의 풍수이론이 합쳐져 토착화됐다.
초기에는 산소 자리잡기 등 가진 자들의 복을 비는 이기적 음택풍수와 고을이나 마을의 터잡기 등「더불어 사는 땅의 명당 화」를 목표로 하는 양기풍수가 하나로 어우러져 매우 진취적이었다,
그러나 조선조 성종대를 고비로 산소 자리잡기의 음택풍수로만 치달아 철저한 타락의 길로 빠져들었다.
그후 일제 식민통치와 해방 후 서구 지리학의 무비판적 수용으로 땅의 경제적·감각적 측면만이 강조되면서 원래 땅을 종합적으로 보던 우리 정통풍수는 점차 그 의미마저 훼손된 끝에 이제는 잡술 정도로 치부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원래 풍수의 출발점이 되는 개념은 기다. 땅속에는 생기(지기)가 있어 그 생기를 타면 길하고 그것에 반하면 흉하다는 것이 풍수의 기본사상이다.
최씨는 우리 정통풍수의 특징으로 인간의 윤리성을 강조한 점, 그리고 땅을 실증적 분석의 대상으로 보는「지리」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의 흐름으로 보는「풍수」를 합쳐 일원화한 점을 꼽는다.
따라서 그는 땅을 좋은 땅과 나쁜 땅으로 구별짓는 풍수를「타락한 풍수」라고 규정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땅에는 적합한 땅과 적합하지 않은 땅이 있을 뿐이며, 사람이 마음을 착하게 갖고 덕을 베풀면 지감이 열려 적합한 땅을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우리 정통풍수의 요체라고 강조한다.
또 땅을 경제적 이익의 대상으로만 보는 서구의 지리학과는 달리 땅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는 풍수는 처음부터 환경에 대해 세심하게 배려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풍수사상이 환경보전운동의 사상적 기반으로 도입되는 데는 넘어야할 벽이 많다.
최씨는 우선 풍수가 산소자리 잘 잡아 후손들의 복을 비는 이기적 잡술로 왜곡되어 있는 점을 바로잡은 다음 풍수사상의 용어·개념·논리체계를 현대화해 미신이란 오해로부터 구출해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한다.
한편『터잡기의 예술』은 사라로스바하 등 외국학자 네명의 논문과 저서를 편역한 것으로 풍수사상에 대한 서구인의 시각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 풍수를 주로 연구해온 이들 외국학자들은 이 책에서 지구와 생물권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라는「가이아 가설」과 맥을 같이한다고 이해하면서도 지기라는 개념을「땅이 지니고있는 생명 에너지」로 축소시키는 한계를 드러낸다.
최씨는『최근 국내의 젊은 연구자들이 우리 풍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나 한문이해의 부족으로 서구 학자들의 굴절된 풍수 관을 영문으로 접하게 될 것을 우려해 이 책을 편역하게 됐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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