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꽃동네』는 믿음의 결실"가평군에 9월4일 개원공사 책임자 박 타래오 수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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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제2꽃동네」개원은 믿음의 결실입니다.』오는9월4일 문을 여는 제2꽃동네(경기도 가평군 하면 하판리)의 박타대오 책임자수녀는『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는「믿음」으로 공사를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지난89년7월 제2꽃동네 개설공사의 현지책임자로 가평에 온 이래 박 수녀는 공사현장에 대한 감독은 물론 시설허가·국고보조금 요청 등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십 여만 평이 넘는 임야를 부랑인의 보금자리로 바꾸는 대 역사는 아무리 바삐 움직여도 혼자 힘에는 벅찬 것이었다.
『공무원이나 거래관계로 만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어요. 이럴 때마다 1주일 전부터 기도를 드렸어요.「만날 상대에게 제가 실수하지 않도록 해주시고, 행여나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말며, 상대가 봉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해달라」고 말이예요.』박 수녀는 이런 기도 덕에 고비마다 일이 잘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89년 말 맹호부대의 지원으로 터 닦기를 시작한 후 건물공사는 지난해 5월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박 수녀는 수녀 복에 공사모를 쓰고 현장을 누볐다. 처음에 공사장인부들은 이런 그를 다소 우습게 여겼다.『여자가, 그것도 수녀가 뭘 알겠느냐』는 태도였다.
그러나 박 수녀는 야무지게 공사를 감독했다. 설계대로 철근을 박는지, 층층이 제대로 다지고 올라가는지, 전기배선은 잘 됐는지 꼼꼼히 살피고 현장소장에게 이상유무를 확인했다. 공사 시작 전엔 새벽마다 눈에 박이도록 설계도면을 왔다. 틈틈이 공사관계자로부터「건축학 강의」를 받은 것도 공사 감독에 큰 도움이 됐다.
박 수녀가 치마를 휘날리며 공사현장을 누빈 덕에 연 건평 2천 평 짜리 5층 건물(4백40명수용)이 손색없이 예정대로 완공됐다.
박 수녀는 3년이상 꽃동네 개설현장을 지휘하면서도 한편으론 경기·강원지방에서 찾아온 부랑인 1백여 명을 거두었다. 이들에게 밥을 해주고 같이 농사도 지었다. 부랑인중 아픈 사람이 있을 때는 충북음성의 꽃동네 본원까지 앰뷸런스도 몰았다. 밭을 일굴 때는 경운기도 몰았다.
『1단계 공사가 무사히 끝나 기쁩니다. 하느님과42만 꽃동네 교우들이 물심양면으로 살펴준 덕이라고 생각합니다.』박 수녀는 전문요양원 등이 추가로 완공되는 95년까지 부르심이 있다면 열심히 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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