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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을 버려라"

중앙일보

입력

국세청 발표(2006년 5월 9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3주택이상 보유자가 총 19만3000 세대이며 이들 세대가 보유한 아파트 개수는 모두 82만5000채에 이른다고 한다.

아파트시장에 거품이 있다는 말이 어느정도 수긍이 갈 수 밖에 없다. 즉 다주택자들의 대부분이 실수요자로서 필요에 의해 아파트를 보유하기 보다는 투자 및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를 추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다.

말이 82만5000채이지 실제 생각해보면 그 숫자는 가히 놀랄 만하다. 우리나라 군인들 숫자가 55만명이라고 하니 군인 숫자보다 한참이나 더 많은 아파트를 다주택 보유자들이 갖고 있는 셈이다.

얼마전 한 신문기사(2005.12.7일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군인 55만명중 62%가 외아들이라고 한다. 군인들의 외아들 통계치가 단순히 고령화 저출산이 이토록 심각한 수준이라고 그칠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아파트 가격이 1990년도부터 급락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고령화저출산의 영향도 무시 할 수 없다. 일본에서 외동아들, 외동딸들은 결혼을 하여 주택을 구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유는 일본의 주택가격이 너무 비싼 탓도 있지만 주택을 소유해야 한다는 긴급성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나이가 30~40대가 되면 부모님이 유고하실테고 그러면 부모님이 살던 집을 상속으로 넘겨받아 그 집에 그대로 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만약 외동아들과 외동딸이 결혼을 하게 된다면 미래에 친정과 시댁으로부터 각각 1채씩 주택을 상속받게 되어 2주택 보유자가 될 것이다.

자신들이 비싼 주택을 대출로 구입해서 평생 갚아도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설령 주택을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각종 보유세와 관리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 일본의 젊은이들이 주택을 구입하려는 의사가 적은 또 다른 큰 이유는 주택을 팔 때 매입했던 때의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받기 때문이다. 즉 투자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일본에서 아파트를 사고파는 것이 새 자동차를 사서 중고로 자동차를 팔 때와 마찬가지 식이 되버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같이 외동아들 외동딸들의 비중이 점점 커가고 있지만 서울지역의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주택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원칙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공급에 비해서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은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00퍼센트를 초과했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도시지역들의 주택보급률은 100퍼센트를 초과했지만 2005년도 서울시 주택보급률은 아직 89.7% 밖에 되지 못하고 수도권은 겨우 90%를 갓 넘은 상태이다.

공급에 비해서 수요가 많다는 이야기이니 당분간은 다른 여타 경제적 위기상황만 없다면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떨어지기 어려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향후 10년간 정부의 꾸준히 주택공급을 계획하고 있고 외동아들과 외동딸이 많은 신세대들의 주택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또한 이들 젊은 세대가 주택보다는 외제차 구입등에 관심을 쏟는다면 향후 얼마지나지 않아 일본과 같은 수요부족으로 인한 주택가격의 폭락을 경험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주택은 분양받는 것과 동시에 소위 '프리미엄'이 따라주었고 매각할 때 상당한 매매차익을 맛보았다. 따라서 세대마다 주택청약관련 통장 하나쯤은 이불장 깊숙이 고귀하게 모셔두고 청약일자만 기다리는 가슴 벅차게 느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기억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일년전 경기도 지역에서 30평대 아파트 하나를 분양받았던 신혼부부 K씨(34세)의 경우가 그렇다. 청약과 동시에 높은 분양가로 인해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았지만 분양 이후, 가격 '프리미엄'은 커녕 월급에서 매월 80여만원의 값비싼 대출이자만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다.

아파트의 가격 프리미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아파트를 매각하려고 해도 매도가격이 분양가격과 큰 차이가 없고 서울과 수도권지역의 3년보유 2년 필수거주를 해야 양도세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어 지금 당장 무리해서 팔려고 해도 양도세와 각종 부대비용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 복잡한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막상 팔려고 해도 최근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중개업자의 일언에 아예 매도할 기운조차 없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시점인 2020년~2030년대에 경제성장률이 1~2%대로 예상(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05년도 발표)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이 하향 안정화된다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부동산시장이 하향길을 접어 든다는 또 하나의 신호탄은 임대시장의 성장과 발전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주택시장이 과거 전세시장에서 점차 월세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는데 이는 향후 부동산시장에서 매입보다는 임대를 하려는 수요자가 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사례에서도 전세시장이 아닌 월세시장인 임대시장이 발전해 가면서 일부 특수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일반 부동산시장의 투기바람이 사그러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부동산이 하락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얼마전 뉴욕 맨해튼의 한 아파트 펜트하우스가 5600만달러(약 520억원)에 거래되었다고 보도된 바도 있듯이 좋은 위치의 부동산은 계속 그 가치가 유지내지는 상승할 것은 분명하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국민소득규모가 늘어날테니 일부 소수의 좋은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치열해 질 수도 있다. 소위 부동산시장의 양극화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는 경제성장률과 고령화저출산의 심화 등으로 인해 일반 아파트시장 전망이 밝지 못하다. 부동산개발 및 시공업체들이 이미 건축에 따른 '마진'을 충분히 가져간 상태에서 입주자가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아예 기대하기가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

따라서 일부 발빠른 주택수요자들은 한발 앞서 이들 개발 시공업체들의 손이 닿지 않은 미래 재개발과 재건축시 가치상승이 있는 지역의 낡은 주택을 구입하고 있다. 이같은 행태는 새로운 또 다른 부동산재테크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맞벌이 부부인 P씨는 최근 과감하게 청약통장에 대한 더 이상의 믿음을 버리고 청약을 통한 아파트 분양방법보다는 송파구에 위치한 지은지 30년이나 된 낡은 빌라를 1억8000만원에 매입해 두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무작정 가치 상승을 노리기보다는 낡은 지역의 빌라를 매입해서 추후 10년~20년뒤 먼 미래에 언젠가는 재개발, 재건축시 일정규모의 아파트를 갖는 것이 보다 확실하다는 타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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