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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밀하게 … 박, 솔직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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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돌다리도 두드려 보자'는 이명박, '평소 실력대로'의 박근혜.

이 전 서울시장과 박 전 한나라당 대표가 29일 오후 2시 KBS1.SBS 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정책 맞짱 토론을 벌인다. 올 대선 레이스의 분수령이 될 한나라당 대선후보 토론회(정책비전대회) 자리다. 빅 이벤트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 캠프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네 차례 토론 대결을 벌여야 하는 두 사람은 정치 스타일만큼이나 토론 스타일도 다르다.

이 전 시장은 흔히 '불도저'란 별명으로 통하지만 사실은 철저히 준비하고 검토한 주장만을 내놓는다. 이 때문에 처음엔 황당하게 들려도 내막을 살펴보면 꽉 찬 논리와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어 강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그러다 보니 감성적인 측면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여성이란 선입견이 무색할 정도로 공격적이고도 직관적인 언변을 구사한다. 그는 자잘한 계산이나 이해득실을 건너뛰어 곧장 이슈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것을 즐긴다. 상대가 원칙을 훼손한 부분을 끈질기게 반복.강조함으로써 자신이 논쟁의 주도권을 쥐고 역공을 무력화시킨다. 하지만 때때로 원칙만을 강조하다 보니 일각에서 '콘텐트 부족'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 이명박, 실전 대비 리허설=이 전 시장은 정책 토론회에 대비해 26일 종로구의 개인 사무실인 안국포럼에서 예상 질문서와 답변 자료 등 서면 자료를 중심으로 다섯 시간 동안 모의 토론회를 열었다. 27일 오후엔 양평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실전에 대비한 리허설을 하면서 방송 전문가들로부터 조언도 받았다고 한다.

한 측근은 "토목 전문가가 아닌 21세기 첨단 지도자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고, 해박한 경제 지식과 풍부한 경험. 추진력을 겸비한 경제 지도자로서 타 후보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제 비전을 제시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선두 주자인 만큼 다른 주자들의 핵심 표적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 특히 주요 정책구상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공격이 쏟아질 것으로 이 전 시장 측은 보고 있다.

대변인인 박형준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선 차라리 집중 공격을 받는 게 낫다"며 "평소 대운하 구상을 제대로 알릴 기회가 없었는데 이에 대한 비전과 현실적 타당성을 분명하게 국민에게 제시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시장 재직 시절 청계천 복원 때 노점상들을 설득했듯, 밀어붙이기식 불도저가 아닌 설득형 리더십을 드러내는 데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박근혜,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박 전 대표도 26일 캠프 사무실에서 정책참모, 외부 자문 교수진과 두 시간가량 회의를 하며 토론회의 예상 쟁점 사항을 점검했다. 다만 그는 "평소 자기 생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되지 공연히 꾸밀 필요는 없다"며 토론회 리허설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박 전 대표가 경제에 약할 것이란 고정관념을 깨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토론회에서 '근혜노믹스'라는 원칙하에 발표해 온 '줄.푸.세'운동(세금.정부 규모 줄이기, 규제 풀기, 법질서 세우기)이나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2% 추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5+2% 경제성장론'등을 제시하면서 경제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의 문제점을 확실히 짚고 넘어간다는 계획이다. 캠프 일각에선 "어차피 홍준표.원희룡 의원 등이 대운하를 강하게 공격할 것이니 우리는 한발 빼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박 전 대표의 성격상 '정공법'으로 나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캠프 부본부장인 최경환 의원은 이 전 시장을 겨냥, "기업을 경영하는 것과 국가 경제를 운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며 "토론을 통해 이 전 시장이 경제에 강하다는 이미지가 허구임이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하.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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