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 유발약(비아그라 · 레비트라· 시알리스 등)으로 완치될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호 14면

“선생님, 남편이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게 틀림없어요.”

늦깎이 결혼을 한 30대 후반의 후배 의사 K씨 부부가 필자를 찾았다. K씨의 아내는 필자 앞에서 펑펑 눈물부터 흘렸다. 서랍에 숨겨둔 발기 유발약이 들통 나면서 신혼의 단꿈은 깨져 버렸다.

강동우· 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두 사람 사이에 오해의 골은 깊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에게 성적 매력을 못 느껴 발기가 안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런 문제로 발기가 안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더 무서운 사실은 발기가 부실하다고 스스로 판단한 후배 의사 K가 치료는 제쳐두고 발기 유발약만 몰래 복용해 왔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비아그라·레비트라·시알리스 등의 발기 유발약을 완벽한 발기부전 치료약인 것처럼 오해한다. 하지만 발기 유발약을 복용하면 발기력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란 생각은 옳지 않다. 발기 유발약은 어디까지나 발기를 일시적으로 도와줄 뿐 발기부전 자체가 무조건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2년째 발기 유발약을 먹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더라”며 K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발기부전은 혈관ㆍ신경ㆍ심리적 문제나 부부갈등ㆍ호르몬 등 다양한 원인에 영향을 받는다. 그 원인을 정확히 찾아 치료하면 상당수는 발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

특히 환자가 40대 중반 이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발기부전 증상이 있다고 해서 원인은 덮어둔 채 발기 유발약부터 찾으면 약 없이는 발기가 안 될 것 같은 약물의존 상태에 빠질 수 있다.

K씨의 발기 검사를 해봤더니 실제 신체기능은 멀쩡했다. 그는 심리적 원인에 따른 심인성 발기부전을 앓고 있었다. 20~30대의 발기부전은 대다수가 심리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이런 경우 발기 유발약에 의존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심인성 발기부전은 제대로 된 치료법을 쓰면 상당히 치료가 잘되는 질환이다. 그런데 국내에는 치료법을 숙지한 전문가가 부족하다. 그래서 마치 치료법이 없는 것처럼 환자를 호도하고 절망에 빠뜨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치료법이 없다’는 것과 ‘치료법을 모른다’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얘기다.

먹는 발기 유발약이 국내에 시판된 지 8년, 우리는 성의학과 성기능장애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발기부전으로 판단될 때 발기 유발약을 먼저 쓸 것이 아니라 그 뿌리가 되는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발기력을 되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원인을 되돌릴 수 없을 때 차선책으로 발기 유발약이나 주사를 쓰는 것이 순서다.
K씨 부부는 발기부전의 원인을 치료하면서 발기 유발약을 쓰지 않고도 행복한 성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강동우·백혜경은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미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ㆍ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ㆍ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