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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지킬 건 즐거운 인생 뿐 - 사무라이 픽션: 적영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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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14면

정확하게 말해 이 영화가 ‘사무라이 픽션’의 속편은 아니지만, 굳이 그렇게 말해도 큰 무리는 없다. ‘사무라이 픽션: 적영(赤影)’의 도입부에는 ‘사무라이 픽션’에 나왔던 무사가 등장하여 잠시 적영과 승부를 겨룬다. 일종의 바통 터치라고 해도 좋다. 승리나 대결보다는 보통의 삶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던 ‘사무라이 픽션’에 이어 ‘사무라이 픽션: 적영’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라고 말한다. 사무라이나 닌자처럼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존재들이 나오면서도, 그들이 없으면 더욱 좋을, 평화롭고 한가로운 삶을 예찬하는 것이다.

★★★ 감독 나카노 히로유키 주연 안도 마사노부ㆍ오키나 메구미 러닝타임 108분

‘적영’은 만화와 TV 시리즈 등으로 수없이 만들어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닌자 이야기다. 일본의 메이저 영화사 도에이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제작한 블록버스터답게 볼거리에 주력한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나카노 히로유키는 그 임무에 딱 들어맞는다. 뮤직비디오처럼 음악이 주도하는 ‘사무라이 픽션: 적영’은 일본의 전통적인 액션이 아니라 서부극과 아크로바틱, 판타지와 코미디가 마구 뒤섞인 잡종 액션으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사무라이와 닌자가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처럼 음모와 배신이 판치고 그 혼돈 속에서도 정의와 평화를 지키려는 인물이 있다.

나카노 히로유키는 그리 심각하게 정의와 평화를 부르짖지는 않는다. 전작처럼 심각한 상황을 유희적으로 돌파한다. 적영의 스승이 말하는 사무라이와 닌자의 차이점은, 위험할 때 도망가느냐 아니냐는 것이다. 사무라이는 목숨을 바치지만, 닌자는 목숨을 부지해야 한다는 것. 닌자가 주군을 위해 자신의 기술을 파는 것은 거대한 이상이나 권위 때문이 아니라 일족의 생존을 위한 것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삶이고, 기왕이면 즐거운 삶을 살아야 한다. 적영은 닌자의 규칙을 깸으로써 오히려 자유로워지고,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목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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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씨는 영화ㆍ만화ㆍ애니메이션ㆍ게임ㆍ음악 등 대중문화 전반을 투시하는 전방위 평론가로 ‘B딱하게 보기’를 무기로 한 ‘봉석 코드’의 달인입니다.

★표는 필자가 매긴 영화에 대한 평점으로 ★ 5개가 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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