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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교육은 우리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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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08면

‘우리 아이는 우리가 키우겠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학교의 모토다. 성미산 자락 한편의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다 보면 동네 한가운데에 5층 갈색 건물이 나온다. 학교 문을 연 지는 3년이 채 안 됐지만 뿌리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 대안학교의 선구자 성미산학교 

1994년 젊은 학부모들이 뭉쳤다. 동네 어린이집을 만들어 공동으로 아이를 키우는 공동육아조합을 결성했다. 2001년 2년간의 싸움 끝에 성미산에 배수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으면서 지역 공동체로 발전했다. 마포두레 생활협동조합을 세워 먹거리를 공동으로 조달했다. 다음해에는 유기농 반찬가게 ‘동네부엌’과 자동차 정비업체를 세웠다. 2003년 5월 학교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와 이듬해 지금의 성미산학교가 문을 열었다.
학교 운영도 주민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급식은 동네 부엌에서 아이들의 식사를 담당하고 있다. 미술은 동네 미술학원장이, 목공수업은 예술가인 학부모가 담당한다. 교사 14명 중 4명이 학부모이다. 물결 모양의 책상도 주민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색을 입힌 것이다. 주민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이웃주민과 미디어실에서 영화를 본다.
박복선 교장은 “지역 주민들이 만든 학교다 보니 학교와 학부모의 의사소통이 활발하다”며 “마을 어른이 아이에게 지혜를 가르치고, 아이가 어른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구심점이 우리 학교다”고 말했다.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
성미산학교는 초등학교 6년, 중등과정 4년, 중등 심화(포스트 중등) 과정 2년으로 돼 있다. 대부분의 학생은 초등학교 과정이고 현재 최고 학년은 10학년(중등 4학년)이다. 건물을 지을 때 빚을 많이 져 신입생이 입학하려면 기부금 1500만원과 예치금 500만원을 내야 한다. 예치금은 졸업할 때 돌려받는다. 월 수업료는 41만원이다.

성미산학교 초등과정 학생들이 수업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최승식 기자

국어·영어·수학은 기본 과목이다. 정규 학교로 돌아가려는 학생을 위해서다. 아이들은 ‘마음속의 춤’ 시간에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무용을 하고 ‘자연놀이’ 시간에 텃밭을 가꾸며 ‘손끝활동’ 수업에서 목공이나 요리를 배운다. 6학년부터는 ‘디빌리지’ 수업을 통해 인터넷 홈페이지 만들기와 같은 디지털 공부를 한다. 중등과정에서는 마을에 대해 탐구하는 ‘마을 인문학’ 수업이 추가된다.

수업은 대화로 진행된다. “지구가 더워지는 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교사가 질문하자 다양한 답변이 쏟아진다. “먼지가 나지 않는 미용 티슈를 사용하면 돼요” “아냐! 버스를 타야 해. 그래야 기름을 아끼지!” 고사리 같은 손을 번쩍번쩍 들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지식이 머리에 쌓이고, 남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학교 5층과 옥상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생태공원과 습지가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여기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정현영 교사는 “아이들이 식물의 이름을 달달 외울 정도로 애착이 많다. 생태공원이 있으니 새가 많이 날아와 자연교육에 좋다”고 말했다.
 
학생 80% 다른 동네 출신
성미산학교를 찾아 이 마을로 이사 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현영 교사는 “학생의 80% 정도가 다른 지역 출신”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아이를 통학시키고 있는 학부모 석문숙(34·여)씨는 “아이가 동네에서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고 마을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은 목동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올 가을에 아예 이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에서 이사 온 학부모 전수진(37·여·대학교수)씨도 “아이가 얼마 전 12명 중 줄넘기 대회에서 1등을 했다”며 “아이를 다양하게 평가할 수 있고 자신감을 길러줄 수 있어 성미산학교를 선택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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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과정 같이 있거나 연계 운영

초등 대안학교는 전국에 27개가 있다. 대안학교 중에서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모두 비인가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교육법상 의무취학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취학 전에 배정받은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유예 신청을 하거나 장기결석으로 처리해 대안학교를 다녀야 한다. 3개월 이상 결석할 경우 정원 외 관리대상이 되어 검정고시를 볼 수 있다. 장기결석자로 등록된 초등학교에서 졸업장을 받아 진학할 수도 있다. 졸업장 발급 여부는 학교장 재량에 맡겨져 있다. 성미산학교에는 중학교 과정이 있어 여기로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등 대안학교는 공동육아조합이나 생활협동조합에서 만든 데가 많다. 일부는 종교단체와 시민단체가 만들었다.

산어린이학교·고양자유학교·푸른숲학교·꿈틀자유학교 등은 성미산학교처럼 공동육아조합이 모태가 됐다. 산어린이학교는 입학 시 학부모 소개서와 면접을 중시한다. 고양자유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댓말을 쓴다. 푸른숲학교는 일정 기간 동안 한 과목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 대안학교인 볍씨학교는 광명 YMCA가 만들었다. 평화학교는 식물 재배, 여행 등의 과제를 학년별로 수행한다. 순천 YMCA가 만들었다. 어린이학교는 학생마다 커리큘럼이 다르게 운영된다. 두레초등학교는 두레교회에서 세운 학교다.
대부분의 초등 대안학교는 아이들이 진학할 중등과정을 운영한다. 일부는 다른 중등과정 대안학교와 연계해 그쪽으로 진학한다. 어린이학교는 중등과정인 멋쟁이학교와, 경기도 파주시 행복한학교는 같은 지역에 있는 청미래학교와 연계돼 있다. 경기도 하남의 꽃피는학교는 제천에 중등과정학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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