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산주의 연대」사실상 종막”/불교수,「한중수교」르 피가르 기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중,한국 경제성장 인정… 사회주의 모순 자인
한국과 중국간의 수교는 동북아에 걸쳐 광범위한 카드의 재분배를 예고하고 있다고 프랑스의 극동문제전문가인 프랑수아 좌요박사가 주장했다.
다음은 극동문제전문가로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과 파리동양어대학교수인 좌요박사가 24일 르 피가로지에 기고한 글의 요지.
중국이 오늘날 김일성에게 창피를 주면서까지 한국을 승인했다는 사실은 결코 간단한 변화가 아니다.
이번 관계정상화로 중국은 한국전쟁에 사실상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는 동시에 한국의 경제적 성공을 인정한 셈이 됐다. 유일한 사회주의 대국인 중국이 자본주의국가인 남한의 성공과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실패를 인정했다는 사실은 중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양국간 수교로 두 나라는 극동의 긴장완화에 큰 진전을 이룩했다.
한중간의 관계정상화는 이 지역의 장래에 중요한 변수가 될 다른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간의 관계는 단절될 것이다. 중국은 천안문사태에도 불구,고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세계에 과시할 기회로 이번 수교사례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번 수교는 중국이 더이상 북한이나 베트남 등과 함께 사회주의에 충실한 긴밀한 관계그룹을 유지할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유럽에서 공산주의가 어제 종말을 고했다면 사회주의적 국제주의의 토대가 됐던 「프롤레타리아 연대」는 오늘로 아시아에서 종말을 고한 셈이다.
북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승인함으로써 중국은 자신을 파고들고 있는 모순의 새로운 문턱 하나를 또 넘은 셈이 됐다. 즉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적 정통성을 지향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적 이단성을 추구하는 모순을 자인한 것이다. 똑같은 경제적 이유에서 소련은 동독과 북한을 버리고 서독과 남한을 인정했고 그 이후 얼마 안가 붕괴했다.
중국도 그렇게 되리라고 기대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번 일은 중국보다는 한국측의 명백한 성공임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