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2007 KB국민은행 한국리그' 맥점을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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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안조영 9단(한게임) ● 강동윤 6단(울산디아채)

#장면도(1~7)=한게임의 2장 안조영 9단과 울산 디아채의 2장 강동윤 6단이 딱 마주쳤다. 28세의 안조영은 침착한 국면 운영과 철저한 자기관리가 돋보이는 기사. 준우승만 거듭하더니 얼마 전 '10단' 타이틀을 따내며 정상권에 합류했다.

18세의 강동윤은 일찍이 천재로 지목받았고 이미 3년 전부터 한국 바둑의 최대 유망주로 꼽혀온 신예 강자. 전투적이며 화려한 그의 기풍은 조훈현.이세돌류의 직계로 분류되고 있으나 아직 우승이 없다는 게 아쉬움이다.

안조영 9단이 백1로 갈라 공격 자세를 취하자 강동윤 6단은 2,4로 틀어막아 수습에 나섰다. 5로 젖혔을 때가 문제의 장면. 누구나 A로 막는 수를 생각할 때 강동윤은 돌연 6으로 단수했는데 이는 자충수로 분명 악수다(귀는 흑이 잡혀 있지만 B쪽에서 조이는 수들이 모두 듣고 있는데 그걸 스스로 포기했다).

그러나 이런 악수를 결행할 때는 분명 노림이 있는 법. 흑이 노리는 수는 무엇일까.

#실전 진행(1~9)=흑1로 끼우고 3으로 되끊는 절묘한 맥점이 있었다. 백은 4로 따낼 수밖에 없고 그때 5로 몰자 백은 잇지 못한다. 화급히 6으로 탈출하자 7로 따내(흑1의 곳) 흑은 하변에서 크게 벌어들였다(백8은 되따냄).

좌측 흑이 반사적으로 약해져 과연 이 수순이 이득이냐는 반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흑은 9로 늘어 쉽게 수습한다. 흑이 C의 포위를 엿보고 있어 백은 어떻게든 응수해야 했고, 그 틈에 백△ 한 점을 잡고 안정하는 것이다.

이 판은 결국 강동윤이 화려한 행마와 맥점들을 선보인 끝에 흑 불계승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신생 울산 디아채는 강동윤 외에 나머지 3명이 모두 져 팀은 1대3으로 패배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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