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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교육·출산의 역설적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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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본은 재작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1.26이라는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현재 1억3000만 명 정도인 인구는 이대로 가면 2030년에 1억1000만 대로, 2050년에는 9500만으로 줄어든다. 반면 현재 20%인 노인 인구 비율은 2030년에 30%를 넘어 2050년에는 40%로 늘어난다. 이쯤 되면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사회는 쇠락하게 마련이다. 일본 경제의 '부활'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데도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일본 사람들이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불안감을 반영하듯 지난 일요일 도쿄대학에서 열린 일본 사회정책학회의 주제는 '자녀 양육'이었다.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자녀 양육에 관한 일반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저출산 문제도 문제거니와 학교 교육에 맡겨둘 게 아니라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자식들이 제대로 큰다는 생각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세계화의 영향으로 좋은 취직 자리가 줄어든 탓에 조금이라도 나은 학교에 보내는 것이 자식들의 장래에 도움이 된다는 심리도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에 학회의 논의를 통해 확인된 것은 자녀 양육에 관한 이런 높은 관심이 교육의 양극화와 저출산을 오히려 촉진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이다. 문제의 중심에는 '사교육비'가 자리하고 있다. 자식을 잘 키우고자 하는 욕심이 음악.미술.스포츠 교습 및 영어.수학 과외 증대로 이어졌고, 이는 양육비의 평균적 부담을 증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에게 상대적 박탈을 심화시켰다.

일본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자식 수는 2.5명이다. 하지만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양육, 특히 사교육에 '돈이 너무 들기 때문에' 희망하는 수만큼 자식을 낳지 못한다. 몇몇 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자기 나라가 애 낳고 기르기 쉽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흥미로운 조사가 있다. 스웨덴은 거의 100%, 사회보장이 충분치 않은 미국조차도 80%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일본은 그 비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식 키우는 것이 인생의 큰 행복 중 하나라면 일본은 결코 행복한 나라는 못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애 낳고 기르기 쉽다고 대답한 우리 국민은 20%에 불과하다. 희망하는 자식 수는 일본보다 적은 2명, 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1.08이다. 그 배경에는 일본보다 훨씬 무거운 보육비 및 사교육비 부담이 있다. 이대로 가면 현재 4700만 명인 인구는 2020년에 감소세로 전환, 2050년에는 4200만 명으로 줄어든다. 2030년에는 이미 네 명 중 한 명이 노인 인구가 된다. 위기 진행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다.

저출산은 고학력화와 함께 진행돼 왔다. 이를 이끈 것은 우리의 유별난 '자식 사랑'이다. 적어도 일본 사람들은 노후를 감안해 자식 교육의 한도를 정한다. 반면 우리는 필요하다면 명예퇴직금으로 자식의 유학자금을 댄다. 질 높은 인적 자원에 기초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역동성은 일본 사람들조차 이해 못하는 '비경제적'인 자식 사랑에 의해 유지돼 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자식 사랑'은 사교육비라는 부메랑을 통해 일본보다 더 큰 강도로 교육의 양극화와 저출산을 초래하고 있다.

대책은 있는가. 위의 학회에서 이루어진 합의는 공교육의 강화였다. 그중에서도 3~5세의 유아기 교육을 충실히 하자는 것이었다. 이때는 지적.정서적 발달이 가장 왕성한 시기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시기의 보육.교육 수요에 대해 수준 높은 공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양극화를 방지하고 출산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기존의 정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그 반성 위에 나온 제안인 만큼 우리에게도 검토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하겠다. 우리는 대학교육과 사교육에 관심이 너무 치우쳐 있다. 이제는 유아교육과 공교육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다.

우종원 일본 사이타마대학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