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기 달린 1회용춤 추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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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요즘들어 작지만 나로선 보람있는 일을 실천하고 있다. 첫애를 낳은 후 7년동안 줄곧 써 온 1회용 종이기저귀를 두달 전부터 재래식 천기저귀로바꾼 것이다.
한번 채운 종이기저귀를 휴지통에 버릴 때마다 『이래선 안 되는데』 하는 찜찜함을 느낀 것은 이미 오래 전이지만 나 역시 편리함에 중독된 요즘 젊은 주부의 하나인지라 1회용의 마력을 떨쳐 버리는 것이쉽지만은 않았다.
사실 나에겐 애초 1회용 기저귀를 쓰지 않을 수없었던 사정이 있었다.
유학생이었던 남편을 따라 미국 뉴욕근교에 얻은 신방은 50년이나 된 고물아파트였는데 평수가 작기도 하지만 바닥·전장이 나무로 돼 소음·진동이 있는 전기세탁기는 사용이 금지돼 있었다.
아르바이트로 손빨래 할 시간과 여력이 없었던 나에게 천 기저귀를 쓴다는것은 도저히 엄두를 못낼 일이어서 양가 어머니들이 정성꼇 마련해 보내주신 천기저귀는 귀국 때 고스란히 짐만 되고 말았다.
1년전 귀국하면서 천 기저귀를 쓰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그럭저럭 종이기저귀의 편리함을 떨치지 못하다가 두달 전쯤 신문에서 1회용품의 폐해에대한 특집기사를 보고 눈 딱감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막상 천 기저귀를 써보니 빨래가 그리 힘든 것만도 아니었다.마음먹기가 어려워 그렇지 요즘 어느 집에나 세탁기도 있겠다, 시간이나 힘이 많이 드는 일 결코 아니었다.
한달에 절약되는 1만원에서 1만5천원정도도 어찌 보면 적은 돈이고 또 어떻게 보면 많기도 하다.
직장다니는 친구들이 이얘기를 듣더니 『너처럼 집에 틀어박힌 전업 주부나할 궁상맞은 소리』라는 핀잔을 주기도 했다. 하루에 두번쯤 나오는 기저귀 빨래를 물에 대충 헹군 다음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일이 무어 그리 번거롭다는건지… .
마침 남편이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생필품회사에서도 근래에 종이기저귀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당신같은 사람이 많으면 우리회사 망하겠다』고 야단이다.<대전시 도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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