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편성 막바지 진통/당 15% 증액,기획원 13%로 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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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목적세 신설·추곡수매 등 이견 커 조정관심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작업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민자당이 주요골격에 대한 상당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전체 예산규모,도로·철도 투자를 위한 목적세의 신설,공무원 봉급동결,추곡수매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당정간 입장차이가 자못 현격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조율이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민자당은 내년도 예산규모를 올해보다 15%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체로 일을 벌이려 하는 쪽인 정부가 13%를 늘리겠다고 한데 대해,국민부담을 들어 줄일 것을 요청하는 것이 관행인 정치권에서 오히려 증액을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2%포인트라는 차이는 돈으로 따지면 7천억원에 조금 못미치는 정도다. 세입추계가 상당히 보수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꿰어 맞출 수도 있는 숫자다. 그러나 13%냐 15%냐 하는 숫자가 갖는 의미는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정부는 내년도 경상성장률을 13% 정도로 보고 있으며 안정성장을 위한 재정부문의 긴축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세수를 추가로 잡을 여유가 설령 있다 하더라도 경상성장률을 상당폭 웃도는 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보고있다.
기획원에서는 이같은 논리를 모를리 없는 당쪽에서 규모증액을 들고 나온 것은 연말 대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고 「이해」는 하고 있지만,어려운 구조조정 과정을 겪고 있는 현재의 경기국면상 우리 경제에 부담을 초래할 「잘못된 선택」이 될 것이 분명하며 따라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현재로선 분명히 하고있다.
더욱이 당쪽에서 각종 세금감면을 계속 들고 나오면서 예산규모를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한마디로 모순이며 현재 추진중인 근로소득세 및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에 따른 세수감소 예상액 1조원에다 추가로 감면이 이뤄진다면 현재 짜놓은 13%의 규모증대 조차도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기획원에서 또 당쪽에 섭섭해 하는 것은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위한 목적세 신설에 당이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는 점이다.
유류와 자동차에 붙는 특소세를 묶어 새로운 목적세로 만들자는 기획원의 주장에 대해 내무부와 교육부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에서도 반대입장을 밝히고 나옴에 따라 목적세 신설은 한층 어렵게 됐다.
기획원은 이 목적세의 신설이 기존 세원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부담증가가 없고 사용처도 투자가 시급한 도로·철도로 한정돼 있어 당쪽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왔다.
기획원은 물론 목적세 신설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만약 성사가 안될 경우 사회간접자본 확대를 위한 주요 사업의 예산배정을 줄이고 내무부·교육부의 본부예산도 대폭 삭감이 불가피 하다고 보고있다. 내무부·교육부의 경우 교부금의 증가로 본부예산이 대폭 줄더라도 전체 내무·교육예산은 평균증가율을 넘게 돼있어 이들 부처로서도 할말이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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