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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고령화 사회' 한국과 일본 … 양국 학자 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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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6세. 10년 전보다 5년이 늘었다. 일본 역시 여성 85세, 남성 78세로 최장수국. 초고령 사회의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우리의 성장 동력을 한순간에 무력화할 수도 있다. 17일 한림고령사회종합연구원 개원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일 두 나라의 학자가 만났다. 전 일본 노화학회장을 지낸 사타로 고토(현 도쿄노인종합연구소 연구위원.(右)) 박사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윤현숙(한림고령사회종합연구원장.(左)) 교수의 대담을 마련한다.

-윤현숙=한국은 200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7.2%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2018년에는 14%, 2026년엔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사타로 고토=일본은 지난해 이미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1945년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개호보험은 2000년부터 시작했다. 집에 있는 노인을 방문해 간호.요리.청소.외출보조 등 가정봉사 형태로 운영한다. 건강상태에 따라 다섯 등급으로 분류해 정부에서 비용을 댄다.

-윤=한국은 내년 7월부터 노인요양보험이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노인 의료비 부담이 심각하다. 2003년도 노인인구 비율은 7.3%인데 국민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의료비는 21%나 된다.

▶고토=일본에서도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질병을 예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쿄노인종합연구소의 스즈키 박사는 질병 전 단계 노인의 신체.인지기능 연구를 통해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치매 조기진단 PET 시스템도 개발했다. 뇌조직을 검사해 노화 정도를 예측.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세계적인 규모의 뇌은행(380여 개 냉동 뇌 보관)도 운영하고 있다.

-윤=우리나라 노인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갖는 병은 뇌졸중과 치매다. 치매는 65세 이상 노인의 8.3%, 85세 이상에선 두 명 중 한 명꼴이다. 사회적 비용만도 연간 4조4000억원에 달한다.

▶고토=신체활동이 중요하다. 늙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주 3회 운동만 시켜도 신경세포가 망가지는 것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기억력을 관장하는 해마의 혈류 공급량이 증가하고, 뇌를 망가뜨리는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치매 백신 개발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뇌가 붓는 문제가 있다. 일본 국립장수연구소 다비라 박사는 뇌부종 부작용을 줄인 먹는 약을 개발해 동물실험까지 마친 상태다.

-윤=노인 우울증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다. 노인 우울증은 약물만으로도 상당부분 치료가 가능한데 가족.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일본처럼 노인병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

▶고토=일본에서도 노인 우울증은 방치되고 있다. 현재 우울증 환자를 초기에 발견해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일본에선 현재 의과대학 80곳 중 20곳에서 노인병학 전공의를 배출하고 있다.

▶윤=노인을 위한 사회지지 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다.

▶고토=일본은 노동인구 감소로 은퇴연령이 점차 늦춰지면서 노인 재채용 기회가 늘고 있다. 법적인 노인연령기준(현재 65세)을 상향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노인의 자원봉사활동은 NGO 중심으로 아이들 교육에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것까지 다양하게 이뤄진다. 일자리와 봉사활동 등 사회 참여는 노인 건강에 절대적이다.

-윤=우리나라는 학력.지위가 높고, 경제력이 있을수록 사회봉사 참여율이 낮다. 게다가 봉사자조차도 아직 식사.교통비 등 대가를 바라는 분이 많다. 일본 봉사자는 구내식당이 있어도 도시락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봉사의 의미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고토=건강한 노후를 맞도록 운동.생활습관 등 개선 노력도 중요하다. 일본에선 동네마다 데이케어 시설(낮 요양원)이 있다. 이곳에서 운동.영양.생활습관 등을 교육한다. 의료비 절감차원에서 고려해 볼 만하다.

-윤=성공적인 노후의 조건은 소득.건강.가족 세 가지다. 지난해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은퇴준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일부 기업에서 은퇴 직전 교육하는 사례가 있지만 효과를 보려면 은퇴 10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자산 및 건강관리, 가족과의 관계 형성, 봉사활동 등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만큼 사회 분위기 조성과 정책 배려가 시급하다.

정리=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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